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지휘 계통 혼란을 겪고 있다고 미국 국방부가 분석했다. 명령 체계가 일사불란하지 않고, 부대 간 보안 통신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러시아군의 정밀유도탄 공격 실패 사례 역시 여러 건 보고됐다. 세계 최강 수준으로 자평했던 러시아군이 3주 넘도록 고전 중인 데에는 이런 내부적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CNN은 21일(현지시간) “서로 다른 지역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러시아군 부대가 최고 지휘관 부재 속에 협력 대신 자원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2명의 국방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부대 간 (통신) 연결에 실패했고, 중요한 작전을 (사전) 설계 없이 (각 부대가) 독자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CNN은 또 “러시아군이 심각한 통신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군과 지휘관은 상용 휴대전화나 기타 안전하지 않은 (통신) 채널을 사용해 대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쉽게 통신을 가로챌 수 있고, 반격을 위한 목표물 확보가 용이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페트라우스 전 이라크 주둔 미 총사령관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3주간 5명의 러시아 장군을 사살했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이는 극히 드문 일로, 그들의 명령 체계와 통제가 무너졌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현장 상황에 정통한 미 소식통도 “러시아군이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모든 부대에서 지휘 통제에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상 야전군이 종종 고위 지휘관과 단절됐다”고 말했다. 러시아군 탱크와 장갑차가 전장에 버려진 채 방치된 것도 이런 문제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CNN은 분석했다.
미 전쟁연구소(IWS)는 전날 러시아 공격 평가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사령부(GUR) 발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점점 더 빈번한 탈영과 명령 불복종에 직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GUR은 지난 20일 러시아 흑해 함대가 보병 여단의 명령 불복종 병사 130명을 공수사단 낙하산병으로 교체하고 있고,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지역에서도 전투 명령에 불복종하는 병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러시아군이 정밀유도탄 재고 문제를 갖기 시작했다. 구형 재래식 ‘멍텅구리 폭탄’(dumb bomb) 사용 증가를 목격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러시아군은 순항미사일 상당량을 사용했는데 이 중 수많은 실패를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