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갈등 표출이 벌써 세 번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와 임기 말 인사권 행사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고, 윤 당선인의 사실상 1호 과제인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서는 정면충돌했다. 신구 권력의 갈등으로 당선인과 대통령의 회동이 연기됐고 인사권 행사 문제도 여전히 뇌관으로 남아 있다. 집무실 이전은 시작부터 제동이 걸렸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냉정한 현실을 깨달아야 한다. 문재인정부와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인수위 활동은 물론 이후 국정 운영도 쉽지 않음을 인정해야 한다.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와 명분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의지보다 중요한 게 실천 능력이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방부를 50일 안에 옮기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청와대와 긴밀히 협의하고 문 대통령을 설득하는 물밑 작업이 필요했다. 그런 과정이 없으니 충돌이 벌어져도 수습이 어렵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태도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은 22일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 군 통수권자로서의 책무”를 말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임기 말 대통령의 당연한 책무다. 대통령 권한을 앞세워 비전문가와 정파색 짙은 인사를 임명하는 것은 ‘알박기’ 인사가 맞는다. 집무실 이전도 윤 당선인 측에 충분히 설명하고 조언할 수 있는 사안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해 북한의 방사포 발사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밝혔다. 방사포가 발사된 곳은 평양 이북 지역으로 9·19 군사합의로 설정한 해상완충구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방 장관이 윤 당선인의 ‘합의 위반’발언을 반박한 것도 이례적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 등을 위한 50조원의 추가경정예산안 편성도 윤 당선인의 숙제다. 민주당도 4월 추경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빠른 편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공감대만 있지 구체적인 사용처와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다. 민주당이 굳이 윤 당선인 의견에 따를 필요가 없다. 정부와 민주당 설득이 필요한 이유다. 윤 당선인과 인수위는 청와대, 민주당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시하고 밀어붙이고 정치적 유불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북한의 4월 도발 가능성,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부동산과 물가 등 현안이 쌓여가고 있다. 과도한 조급함과 자신감을 내려놓고 청와대와 민주당의 협조부터 구해야 한다.
[사설] 당선자가 먼저 손 내밀고, 대통령은 화답해야 한다
입력 2022-03-23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