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의 조경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고민 없이 정영선 조경가를 꼽는다. 전문가 사이에도 이견이 없는 편. 1960년 4·19 당시 대학 초년생으로 서울역 집회를 생생히 회고하실 정도인 데다 조경 입문 50년째로 현재 팔순이 넘은 현역 ‘할머니 조경가’다. 이름은 처음 들어보실 수 있겠지만 서울 선유도공원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듯. 이외에도 아시아공원, 파리공원, 희원, 양재천, 청계광장, 여의도샛강, 세종호수공원, 서울식물원 등 그의 손을 거친 공공공간은 헤아릴 수 없다. 특히 목동 파리공원은 1987년 작품인데, 처음으로 그의 원작을 40년 후배 조경가들이 재해석해 오는 4월 말 재개장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공원?”이라는 질문에는 보통 “나와 가까운 공원”이라 답하지만, 재차 물으면 역시 정영선 조경가의 한강 선유도공원을 꼽는다. 모든 역사에 변곡점이 있겠지만 한국 공원 역사에 가장 두드러진 변곡점은 선유도고, (내가 꼽는) 이 섬 최고의 공간은 ‘녹색기둥의 정원’이다. 공원이 자연을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지만 기실 자연을 재료로 특별한 (사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거대한 지하수조의 상판이 걷어지고, 상판을 받쳤던 30개 콘크리트 기둥이 남아 초록빛 나무로 바뀌어 가는 역설적 시공간은 특별 그 자체다.
10년 전 선유도공원 소장 시절 설계자인 정영선 조경가를 자주 괴롭혔다. 준공 후 10년간 왜곡된 공간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본인이 설계한 자식(공원)을 끔찍이 아끼시기에, 오실 때마다 늘 공원을 뱅뱅 도시면 따라다니며 배웠다. 그 배움이 쌓여 지금도 그 섬의 시간이 선명하다. 전시관 앞 복수초와 깽깽이풀은 이미 졌고, 산수유와 홍매가 한껏 화려할 것이다. 한강변 복사나무숲은 쇠락했지만 강건한 살구나무숲은 살아남아 늦은 봄비로 꽃망울을 한껏 부풀릴 것이다. 그 화사한 빛깔을 질투해 강 건너 여의도 벚꽃은 마주 선 선유도 살구꽃보다 일찍 피어나려 무지 애쓸 것이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