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월 전기요금 인상 유보 징후… 폭탄 돌리기 멈춰야

입력 2022-03-22 10:50 수정 2022-03-22 10:54
한국전력공사가 21일 오전으로 예고했던 연료비 조정 단가 발표를 전날 저녁 갑자기 취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 부처와의 협의 결과를 반영해 조정 단가를 확정하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인수위원회가 곧 부처 업무보고를 받는다는 점을 의식해 정부와 한전이 결정을 미룬 것으로 짐작된다. 전기요금이 정치 논리에 좌우돼 왜곡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전은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상승으로 대규모 영업손실이 발생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5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정부가 대선 등 정치적 고려로 요금 인상을 억제해 온 게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결국 한전은 올해 4월부터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합쳐 ㎾h당 6.9원을 인상하는 전기요금 조정 계획을 지난해 말 발표했다. 연료비 연동제를 적용해 2분기 연료비 조정 요금도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전기요금이 기업과 가계의 부담을 늘리고 물가를 자극할 테지만 인상을 미루는 게 상책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서방의 제재까지 겹쳐 국제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다. 4월에 인상하지 않더라도 압박이 갈수록 커져 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릴 것이다. 당초 계획대로 인상하지 않으면 한전의 적자 규모는 올해 2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공짜는 없다.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는 세금으로 메워줘야 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인 국민이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전기요금이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편이고, 1인당 전력 소비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권이다. 요금을 적정 수준으로 올리고 수익자 부담 원칙을 강화해야 전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정치적 이유로 전기요금을 억눌러온 반시장적 정책은 이제 폐기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