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새로워지는 플랫폼에서 하나님의 정의·사랑 실천해야

입력 2022-03-23 03:05

국민일보는 ‘위드 코로나 목회를 말하다-한국교회, 메타버스 사역 박차’ 기사를 통해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 오륜교회(김은호 목사) 기술과학전문인선교회(FMnC) 등의 현장 사례를 보도했다(2022년 3월 16일자 33면 참조). 하지만 한국교회 안에는 여전히 가상 또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 혹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인 메타버스 사역이 성경적인가, 오프라인 모임을 약화시키지 않는가 하는 의구심이 존재한다. 국민일보는 이 같은 회의론에 도움이 될 신간을 소개하면서 이 시대 ‘땅끝’인 메타버스에 복음을 전하려는 노력을 살핀다.

시대의 땅끝, 메타버스에 복음을 전하다


‘슬기로운 메타버스 교회학교’(두란노)는 장로회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 신형섭 신현호 교수가 공동 집필했다. 장신대 출신으로 미국 유니온 장로교 신학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신형섭 교수는 메타버스 이론편을 썼고, 같은 장신대 동기로 캐나다 토론토대 낙스칼리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신현호 교수는 실전편을 저술했다.

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기후위기에 빗대 설명한다. 기후변화 앞에서 우리의 응답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이미 생존의 문제가 됐듯, 세계적 감염병인 코로나는 한국교회에 목회적 날씨가 아닌 기후 자체를 바꿔버렸다고 진단한다. 급격히 바뀌어 버린 기후에 합당하게 응답하는 건 이미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영역임을 강조한다.

신형섭 교수는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행 1:8)는 말씀 속에 메타버스 사역의 당위성이 포함돼 있다고 강조한다. 이 시대의 땅끝이 바로 MZ세대가 모여 있는 메타버스 공간이며, 아이들이 이미 거기서 살고 있기에 복음 전파의 사명이 도출된다고 전한다.


신 교수는 지난해 10월 국민일보 주최 국민미션포럼2021의 사회자로 나서 위드 코로나 시대 한국교회 미래 사역을 심층 논의했다. 당시 포럼에 참여한 미국 새들백교회 온라인 사역 담당 케빈 리 목사의 말을 책에서도 다시 인용한다. “교회는 메타버스에‘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메타버스에‘도’ 있어야 한다.” 오프라인을 위한 확장 공간으로서의 메타버스, 줌이나 유튜브보다 참여가 더 쉬운 메타버스, 효율이 아닌 사명으로 접근해야 하는 인식까지 책은 메타버스 사역의 당위성을 세밀하게 풀어놓는다(그래픽 참조).

신형섭 교수는 22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면죄부를 찍어내던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이 종교개혁과 맞물려 자국어 성경을 인쇄하는 시설로 탈바꿈하며 전 유럽을 일거에 복음으로 뒤덮게 했다”면서 “마찬가지로 메타버스의 물질성을 복음 사역과 연계해 하나님이 일하시는 통로로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응전에 교회의 생존 달려


‘메타버스 시대의 신학과 목회’(동연)는 연세신학문고 시리즈로 기획된 책이다. 김상일 허호익 강원돈 서정민 교수 등 연세대 신학과 출신 교수와 목회자 15명이 공동 저술했다. 방연상 연세대 신과대학장은 머리말에서 “새로운 신학적 상상력이 요구된다”면서 “메타버스라는 시간과 공간을 기존의 패러다임과 틀을 확장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성되고 진화하는 플랫폼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을 실천하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고 촉구한다.

책은 이 때문에 메타버스에 대한 의견을 한 방향으로 몰지 않고 다양한 논의를 촉발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테면 이민형 성결대 파이데이아학부 교수는 ‘메타버스 시대의 신학과 목회를 묻기 전에’란 글에서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 종교는 늘 그래왔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함에 앞서 치열한 고민과 연구의 흔적을 남겨야 한다”면서 “신을 중개함에 있어 부족함은 있을지언정 부끄러움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프랑스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자끄 엘륄의 지적을 떠올리며 현대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현상에 경계의 목소리를 높인다. 온라인 기술이 교회 안으로 물밀 듯 들어오면서 겪게 되는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진지한 고민부터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