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끌려다니면 안된다’ 판단 靑, 원칙대로 권한 행사 의지

입력 2022-03-22 04:06

청와대가 2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 계획과 관련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원칙과 법률에 따라 청와대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에 반대하는 공식적인 이유로 안보 공백 우려를 제시했다.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이전 과정에서 북한의 도발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인수위’가 안보 공백 우려부터 충분히 소명한 뒤 집무실 이전에 나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이번 결정에 다른 정치적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용산 집무실에 대한 문제점을 순수하게 지적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한 것을 거론하며 “대통령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린다는 뜻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청와대는 그러나 미래 권력과 충돌한다는 부담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윤 당선인이 용산 집무실 이전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방식이 청와대를 자극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5월 9일까지 국정을 챙겨야 할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에 협조를 해줄 수도, 안 해줄 수도 없는 난처한 상황에 취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의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는 시각도 있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계획을 승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 추후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도 함께 떠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집무실 이전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저희는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못 지켰지만, 윤 당선인의 의지는 지켜지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오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해 집무실 이전 문제를 논의한 뒤 청와대 입장이 정반대로 뒤집혔다. 이 때문에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 구상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토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