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겠다는 계획에 돌발 변수가 등장했다. 청와대가 21일 “이전 계획에 무리한 면이 있어 보인다”고 밝히면서 윤 당선인의 ‘용산 시대’ 구상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권 출범일인 5월 10일 집무실 이전도 사실상 어려워졌다.
윤 당선인 입장에서는 인수위 기간 동안 청와대의 반대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그러나 윤 당선인 측은 이전 작업을 밀어붙이면서 ‘정면돌파’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쳤다.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가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연장선인 만큼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 신청에 현 정부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윤 당선인 측 입장에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 비용을 496억원으로 추산한 바 있다. 국방부의 합참 건물 이전 118억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 252억원, 경호처 이사 비용 99억9700만원, 한남동 공관 리모델링 25억원이 각각 소요된다.
그러나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기류가 예상보다 커지면서 용산 집무실 이전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방침에 안보 공백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청와대는 또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에 대해서도 “(22일 국무회의) 상정은 어려울 것”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당초 윤 당선인 측은 5월 10일 임기 시작과 함께 용산 집무실에서 근무하겠다며 국방부 이전과 청사 리모델링 등 계획을 확정했다. 이를 위해 예산 확보 차원에서 정부 측에 496억원의 예비비 편성을 요청하고 국무회의 통과를 기대했다. 윤 당선인 측은 집무실 이전 작업을 위해 예비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암초를 만난 것이다.
특히 현행법상 예비비 용도는 당선인의 예우에 필요한 경비와 인수위원회 설치·운영에 필요한 예산으로 한정돼 있다. 이런 이유로 집무실 이전을 예비비로 충당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가열되는 점은 윤 당선인 입장에선 부담이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예비비 사용 요청에 대해 “인수위법에 인수위의 업무가 나와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인수위 업무 범위를 넘어서는 행위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합참 청사를 남태령으로 옮기는 비용은 약 12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합참 청사 이전은 이번 예비비 추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 집무실에 이어 세종시 제2집무실 설치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김 대변인은 “청와대를 나와서 국민께 정치개혁의 첫 출발을 하겠다는 공약을 지킨 것처럼 세종 집무실 설치 약속도 지키겠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