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비 책정은 안되고, 짐은 싸야 하고… 뒤숭숭한 국방부

입력 2022-03-22 04:04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밝힌 국방부 본관(신청사·오른쪽)과 국방부가 이주하게 될 합동참모본부(왼쪽) 청사 모습. 국방부는 당초 3월 말까지 본관을 비울 계획이었지만, 이전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4월 10일로 이전 완료 시점을 변경해 줄 것을 윤 당선인 측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는 방안이 확정되면서 국방부가 조만간 짐을 싸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이전에 필요한 예비비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업무를 이어갔다.

대통령 집무실로 현 국방부 청사 10개 층을 모두 사용할 예정이라 국방부는 바로 옆에 위치한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옮겨진다.

군 관계자는 21일 “예비비가 확정되지 않아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이사업체와 계약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국방부 청사의 창문은 열리지 않거나 크기가 크지 않아 이사용 사다리차를 사용할 수 없다. 이에 국방부 직원들이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일일이 짐을 날라야 하는 상황이다. 국방부 짐을 모두 빼려면 하루 24시간 20일을 ‘풀가동’해야 한다는 이사업체의 견적도 받았다고 한다.

5월 10일이라는 대통령 입주 날짜에 맞추려면 하루가 급한 형국이라 국방부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2일 국무회의에서 집무실 이전에 쓰일 예비비 안건이 처리되는 것이 가장 빠른 시간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회동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 예비비 안건이 언제 처리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내일(22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를 심의·의결할 거냐 하는 문제는 별개”라며 “필요하면 임시 국무회의를 언제든지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비 최종 확정까지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비비가 확정되면 본격적인 국방부 이전 작업이 시작될 전망이다. 당초 이달 안에 국방부가 청사를 비우고 4월 한 달간 리모델링을 거치는 일정이 거론됐지만 군 관계자들은 “불가능한 스케줄”이라고 지적했다. 국방부가 옮겨갈 사무실이 먼저 비워져야 국방부 비품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국방부와 인수위는 이전 완료 ‘데드라인’을 당초 3월 말에서 4월 10일로 변경하는 안을 조율 중이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제동을 걸면서 이전 완료 시점이 더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국방부는 ‘합동참모본부 건물로 이동한다’는 큰 틀만 갖고 있을 뿐 부서별로 어느 건물로 갈지에 대해서는 미세 조정을 계속하고 있다.

국방부 이전이 완료되는 대로 집무실 입주를 위한 청사 리모델링이 시작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식을 마치고 5월 10일에 바로 들어갈 생각”이라고 못 박았지만 5월 10일에 집무동이 완전체로 모습을 갖추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른 군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살아있는 정부’로서 5월 9일까지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받고 그때까지 위기관리 등의 업무도 해야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나와야 할 물품이나 짐들은 5월 9일 이후에야 옮겨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특히 북한이 ‘김일성 생일 110주년(4월 15일)’을 앞두고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을 이어가고 있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리고 있어 청와대가 집무실 이전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이 사용할 대통령 집무실은 5월 10일 전까지 완성하고, 회의실 등 나머지 시설은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영선 정우진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