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연기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에 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회동 실무 논의를 맡은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21일 오후 2시 서울 모처에서 만나 협상을 재개했지만 합의를 보지 못한 채 헤어졌다.
청와대가 윤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데 이어 이 수석과 장 실장의 회동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늦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수석과 장 실장은 1시간가량 이어진 협상에서 인사권 문제를 두고 다시 한번 이견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장 실장이 인사 명단을 제시하며 검토를 요청했지만, 이 수석이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히면서 협상이 성과 없이 끝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 당선인 측은 공공기관 인사는 인수위와 협의할 것을 청와대에 건의했다. 반면 청와대는 임기 종료 때까지 인사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처지를 고수하고 있다.
양측은 특히 지난 16일 회동이 결렬된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감사원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선 문제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현직인 김인회·임찬우 감사위원의 ‘친 민주당’ 색채가 뚜렷하다고 보고, 청와대가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에 비슷한 성향의 인사를 임명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측은 한국은행 총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인사에 대해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정치권에선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했다. 문 대통령은 22일 오전 국무회의 일정을 제외하면 이번 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수석과 장 실장의 만남을 통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하도록 노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YTN라디오 인터뷰에서 “(회동이 늦어진다면) 청와대뿐만 아니라 당선인 측에서도 부담일 것”이라며 “국민께 다시 좋은 말씀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오후 4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계획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이 수석은 이날 협상에서 장 실장에게 집무실 이전을 위한 예비비 안건을 22일 국무회의에 올리기 어렵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이에 장 실장은 “그건 (당선인과) 만나지 말자는 이야기”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집무실 이전 문제는) 정부의 모범적 인수인계와는 별개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인수위 측에 안보 관련 우려를 전달하되, 회동은 회동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이 접점을 찾지 못하면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협상은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