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했던 LH發 투기 수사… 송치 90%가 일반인

입력 2022-03-22 04:07 수정 2022-03-22 04:07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를 계기로 가동된 정부합동 특별수사본부가 투기 사범 4200여명을 송치하며 1년여 수사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당초 수사 목적과 달리 내부 정보를 활용한 공직자 등의 투기 실태를 규명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특수본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수본은 부동산 투기 의혹 1671건과 관련해 모두 6081명을 수사했고, 이 가운데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425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특히 투기 수익 1506억원 상당을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해 투기 수익을 환수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LH발 부동산 투기 의혹의 핵심이자 내부 정보를 이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원은 송치 인원 4215명 중 209명으로 5% 미만이었다. 농지 투기가 1206명(28.4%)으로 가장 많았고 주택 투기 602명(14.2%), 기획부동산 531명(12.5%), 불법 용도변경 517명(12.2%)이 뒤를 이었다.

관심을 모은 고위공직자 수사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찰이 송치한 인원의 90%에 해당하는 3827명은 일반인이었다. 전체 송치 인원의 10%에 해당하는 424명만이 공직자·공무원이거나 그들의 친인척이었다. 국회의원은 모두 33명을 수사했지만 그중 6명만 검찰에 송치했다. 송치된 국회의원은 국민의힘 소속 정찬민·김승수·한무경·강기윤·배준영 의원,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협 의원으로 파악됐다. 이 중 정찬민 의원 1명만 구속됐다. 나머지 27명은 혐의가 없거나 공소시효가 지나 불송치·불입건됐다.

다만 정 의원 측은 “부동산 투기 혐의는 경찰로부터 불입건 결정을 받은 사안”이라며 “별건인 제3자 뇌물 공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경찰이 부동산 투기 사범 통계에 잘못 반영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은 “특수본 수사 결과에 대해 국민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단순 의혹 제기에 근거한 고발도 있었고, 공소시효가 지난 것들도 있었다”며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었다. 모든 증거와 사실관계를 철저하게 수사했다”고 강조했다. 국수본은 특수본 체제를 상시단속 체제로 전환해 부동산 투기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