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안에 제동을 걸었다.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갑작스러운 이전이 안보 공백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청와대는 집무실 이전 예산을 위한 예비비 국무회의 상정도 현재로선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물러나는 대통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당선인의 첫 공약 사업에 제동을 건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통합과 여야 협치를 위해 신구 권력의 배려와 협력을 기대했던 국민들은 또 실망할 수밖에 없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1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통령 집무실의 무리한 이전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되지 않은 국방부와 합참 이전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임기가 끝나는 날 밤 12시까지 국가안보와 군 통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의 책무”라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으로 국가안보가 위협 받을 수 있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하므로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질서가 안개 속에 빠졌고 북한은 도발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정권이양기인 4월에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예정돼 있고, 북한은 태양절(4월15일)에 맞춰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예고하고 있다. 전직 합참의장 11명도 같은 이유에서 우려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만에 하나 현 정부가 차기 정부 공약을 부인하는 차원에서 집무실 이전에 제동을 걸었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이 협조를 거부한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회의 결과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차기 대통령의 1호 공약사업에 사실상 반대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박 수석은 “당선인의 공약과 국정운영 방향을 존중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만나 집무실 이전을 논의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그런데 오후 들어 갑자기 입장이 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는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회동에서 논의하는 등 다른 방식으로 전달할 기회가 충분히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신구 권력 갈등과 진영 싸움 재연을 우려하는 국민들을 생각해야 한다.
[사설] 文·尹,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갈등 직접 풀어라
입력 2022-03-22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