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초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 사태가 터진 뒤 정부는 과감한 개혁과 철저 수사를 다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첫 독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1560명 규모의 정부 합동 특별수사본부를 이끌며 의욕을 보였다. 1년여 만인 21일 경찰의 수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지위 고하를 막론한 엄단이라는 약속과는 거리가 멀어 실망감이 크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LH발 부동산 투기사범 총 6081명을 수사한 결과, 4251명을 송치하고 그중 6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대형 부패 수사를 주도적으로 해 본 경험이 부족하고 은밀한 내부 정보 활용 입증이 쉽지 않다 해도 수사 인력과 기간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다. 적발된 4251명 중 3827명(90%)이 일반인으로 공직자 대상 수사가 미흡했다. 수사 대상에 오른 국회의원 33명 중 대부분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리고 6명을 송치하는 데 그쳤다. 구속된 의원은 국민의힘 정찬민 의원뿐이다. 의혹의 핵심인 ‘내부정보 이용’으로 송치된 인원은 전체의 5%에도 못 미쳤다. 앞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광명·시흥지구 일대 부동산을 미리 매입한 혐의로 기소된 LH 직원 3명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찰의 역량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라한 수사도 문제지만 LH 개혁은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 정부는 LH를 모회사와 자회사로 분리하겠다는 방안을 개혁안으로 내놓았으나 여당에게도 퇴짜를 맞았다. LH가 자체 추진하고 있는 인원 및 본부 축소도 ‘해체 수준’의 조직 개편과는 거리가 멀다. 대선 기간 불거진 대장동 개발 특혜 논란은 공공개발 역할론에 힘을 실어주면서 LH 개혁 목소리도 잦아들었다. 1년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LH 사태는 단죄도 개혁도 용두사미가 되고 말았다. 결국 윤석열정부가 공직 쇄신을 철저히 추진해야 한다. 돈과 권력과 정보를 가진 힘 있는 자들의 투기야말로 차기 정부가 해결해야 할 불공정의 상징이다.
[사설] 국민 눈높이 못 미친 LH 투기 수사 결과 실망스럽다
입력 2022-03-22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