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전기료 인상 백지화 성공?… 한전 발표 연기

입력 2022-03-22 00:04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문재인정부가 세운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뒤집힐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4월 전기요금 인상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데 이어 21일 예정됐던 한국전력의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일정이 돌연 연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윤 당선인 의지와는 별개로 현실적으로 인상 계획을 뒤집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전은 전날 “2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가 진행 중이며, 추후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하는 것으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 및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의 협의 등을 거쳐 이달 내 결론을 내린다는 입장이다.

한전은 지난 16일 조정단가 결정권을 가진 산업부에 ㎾h당 3원 인상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행 연료비 연동제는 분기마다 연료비 인상 요인을 분석해 전기요금에 반영한다. 그러나 지난해 문재인정부는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2분기, 3분기에 잇달아 전기료를 동결했다. 4분기엔 ㎾h당 3원 올렸지만, 1분기 3원 내린 것을 감안하면 연간으론 사실상 동결이었다.

그러나 한전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결국 정부는 지난해 말 전기요금 인상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와 별개로 기준연료비를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h당 4.9원씩 총 9.8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시절 이 계획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전의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 연기가 당선인 공약 실현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윤 당선인의 의지와는 별개로 실제 공약 이행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현행법상 지난해 정한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한전이 이사회를 거쳐 스스로 요금 인상 계획을 철회하겠다고 밝히는 방법, 산업부 장관이 직접 한전에 약관을 변경하라고 명령을 내리는 경우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쉽지는 않다.

일단 한전이 이사회를 거쳐 인상 계획을 철회할 경우에는 경영진이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한전은 정부가 지분 51.1%를 가진 공기업이지만 동시에 민간 투자자도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이다. 두 번째 산업부 장관의 약관 변경 명령은 전기사업법상으로 전기 사업자들이 해서는 안 되는 금지행위를 했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가령 한전이 전기요금을 부당하게 높여 받기 위해 전기요금을 잘못 산정했을 경우 등이며 이번 인상안에는 적용이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한전 적자도 큰 부담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예정된 요금 인상이 실현되더라도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 규모가 최대 20조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과 산업부는 말을 아끼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해 확정된 전기요금 인상안이지만 인수위 측과 사전 교감이 있어야 계획대로 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세종=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