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식량 공급망을 마비시키면서 세계 식량위기로 번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코로나19 팬데믹 여파에 따른 해운 물류 마비, 에너지 가격 상승, 일부 지역의 가뭄과 홍수, 산불 등으로 곡물 가격이 불안정했지만 세계적 곡창지대에 위치한 두 국가 간 전쟁이 기름을 부었다는 분석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전쟁 발발 이래 밀 가격은 21%, 보리는 33% 올랐다. 곡물 수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전쟁 당사국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은 탓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양국의 전 세계 곡물시장 점유율은 밀 27%, 보리 23%에 달한다. 해바라기유와 옥수수도 각각 53%, 14%로 비중이 높다.
비료 공급도 제한되면서 일부 비료 가격은 40% 가까이 올랐다. 러시아는 전 세계 비료 공급량의 15%를 책임져 온 최대 수출국이지만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자 수급 안정을 위해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설상가상으로 가스 가격이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면서 유럽의 요소 비료 생산설비 가동률은 45%가량 급감했다. 남미 브라질부터 미국 텍사스까지 세계 각지의 농부들은 치솟은 비료 가격을 감당 못 해 경작지를 줄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식량 공급망 붕괴로 당장 극빈국에서 기아가 급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에 대한 밀 수입 의존도가 70% 이상인 나라는 소말리아 베냉 수단 등 아프리카의 빈국이 대부분이다. 케냐에선 50㎏ 비료 포대 가격이 지난해 4000실링이었으나 지난주엔 6500실링에 거래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유엔은 이달 초 “전쟁이 세계 식량시장에 미치는 여파만으로 760만명에서 1310만명이 추가로 기아에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데이비드 비즐리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상황은 재앙 위에 또 다른 재앙이 더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