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울 마포구의 한 해산물 가게. 주변 직장인들을 상대로 한 점심 장사를 위해 오전 11시부터 가게를 열었지만, 가게는 손님 한 명 없이 텅 비어 있었다. 사장인 60대 장모씨는 “오미크론 유행 이후 확진자가 확 늘면서 근처 직장인들이 아예 출근하지 않는데 사적모임 인원을 8인으로 늘린들 변화가 있겠나”며 “단체 손님 예약은 점심이건 저녁이건 한 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영업시간이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늘어난 데다 이날부터 사적모임 인원 제한 기준이 6인에서 8인으로 풀렸지만 상인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사실상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오미크론 확산세가 절정에 이르러 단체 회식 등이 위축된 상황에서 인원수 제한만 푸는 건 실효성이 없다는 푸념도 나왔다.
서울 강남구의 한 중식집도 이날 점심과 저녁을 통틀어 단체 손님 예약이 ‘0건’이었다. 사장 최모(31)씨는 “인원수 제한 방침과 무관하게 오미크론 유행 이후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기업들이 많아지면서 이미 매출이 40~50% 정도 떨어진 상태”라며 “기업들 재택근무 확대 영향으로 그간 적은 인원의 단체 손님 예약도 극히 드물었는데, 인원 제한을 2명 더 푼다고 달라질 게 있나 싶다”고 했다.
서울 마포구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60대 박모씨도 “오미크론 유행기에는 인원 제한이 달라진다고 해도 매출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사람들이 겁을 먹어 단체 손님들 자체가 오지 않는데 이제 와서 푸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다. 너무 늦은 정책”이라고 토로했다.
잦은 방역 지침 변화와 저조한 매출 탓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장사 날짜를 줄이는 자영업자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박철열(59)씨는 이달 들어 일요일 장사를 아예 접었다. 12년차 베테랑 자영업자지만 일요일 장사를 포기한 건 처음이다.
박씨는 “2년3개월 동안 적자만 쌓여 몸도 마음도 망가졌다”면서 “이제는 정말 거리두기 제한은 의미가 없고 코로나19 환자가 얼마만큼 나오느냐의 문제”라며 “정부에서 정한 인원수 제한과 상관없이 확진자 규모가 줄어야 그나마 조금씩 손님들이 다시 찾아올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방역과 민생의 균형을 고려해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확진자 폭증이 더 큰 변수가 됐다는 설명이다.
대구 동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정모(40)씨는 “2차 손님이 많은 호프집의 경우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올 수 있도록 영업시간 제한을 풀어줘야 영업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형민 신용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