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암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사로 남고 싶어요.”
아주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전미선(65) 명예 연구교수는 30년 가까이 암 환자 치료와 암 생존자(경험자)의 삶의 질 향상에 힘써 온 의사다. 미국 대학병원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면서 접했던 통합의학(옛 보완대체의학)을 1994년 아주대병원 개원과 함께 국내 암 환자들에게 접목했다. 암 환자들이 항암·방사선 치료 후 겪는 부작용 고통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통증 완화와 마음 치유에 도움되는 명상이나 국선도, 침술 등을 직접 배워 치료에 적극 적용했다. 최근엔 명상 1급 지도자 자격증까지 땄고 ‘아우토겐(스트레스·이완요법)’ 훈련 촉진자 과정도 밟았다.
전 교수는 암 환자를 대할 때 ‘전인의학’의 개념으로 접근한다. 그는 “환자의 병은 전에 앓았던 질환이나 생활태도, 마음의 상처 등 모든 것이 연결돼 생긴다. 치료하려면 단순히 신체의 병만 봐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생각은 국가 암관리 정책, 특히 2018년 본격 도입된 암생존자통합지지사업에 반영됐다. 말기 암 환자를 위한 입원형 호스피스·완화의료 서비스 기반 마련에도 기여했다. 암 정보를 쉽게 전달하는 유튜브 채널 ‘암아카데미’와 암 생존자 대상 채널 ‘희망RESET’도 운영하고 있다.
전 교수는 지난달 정년을 맞았지만 암생존자통합지지 클리닉에서 암 환자들을 계속 만날 계획이다. 그는 “암 생존자들을 깊이 있게 상담해 주는 곳이 없어 그 영역을 키우는 역할을 지속할 생각”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는 2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제15회 암 예방의 날 기념식을 열고 전 교수의 공을 인정해 옥조근정 훈장을 수여했다. 또 암 연구 향상에 앞장서 온 국립암센터 박상재(56) 수석 연구원에게는 국민포장, 국내 다발성골수종(혈액암 일종) 연구를 국제적으로 도약시키고 지역 암관리사업에 공헌한 가천대 이재훈(64) 교수에게는 근정포장이 수여됐다. 복지부는 이들을 포함해 암 예방·관리 유공자 99명에게 포상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