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모자’를 쓴 일흔의 도예가 임철 작가가 자신의 작품 앞에 섰다. 요한복음 속 153마리의 물고기가 떼를 지어 물속에서 뛰어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물길 속에 합창하듯 떼지어 다니는 물고기들의 노래를 표현하고자 했다”며 “오늘 하루도 어김없이 온 세상을 밝혀주는 태양 빛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도자 조형을 통해 빛의 예수를 아름답게 표현해 봤다”고 설명했다.
임 작가를 만난 건 지난 14일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김하나 목사)에서였다. 그는 하루 전 이 교회에서 끝난 ‘토기장이 하나님’이란 주제의 전시회에서 7인의 도예가와 함께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회 참여 작가는 모두 이 교회 성도로 교회의 3월 특별새벽집회 기간에 맞춰 각자의 마음속에 깃든 토기장이 하나님을 표현했다.
인터뷰 내내 임 작가는 하나님의 창조 섭리와 자연의 아름다움을 찬양했다. 임 작가의 작품 세계에 주로 등장하는 건 물고기다. 그는 “성경 곳곳에서 물고기를 통해 보이신 하나님의 기적과 그 의미가 왠지 모르게 좋았다”며 “물이 주는 청결함과 그 속에서 합창하듯 노래하는 물고기의 생명을 창조 섭리와 연결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미술계에 입문하며 서예가로서 여러 미술전에 입상도 했지만, 자신의 끼와 꿈을 펼쳐내기에 2차원의 종이는 성에 차지 않았다. 자연스레 흙에 관심이 갔다. 흙으로 인간을 빚으신 하나님의 마음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아기 피부같이 보드라운 흙을 만지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노라면 끼니를 거르는 건 예사였다고 한다.
임 작가는 “35년 넘게 창작 활동을 하며 항상 흙을 만지다 보니 흙으로 날 만드신 하나님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며 “흙은 하나님이 주신 귀한 인생을 아름답고 밝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원천”이라고 했다. 창조라는 하나님의 오묘한 세계를 흙을 만지며 알게 된 그가 날마다 감사함으로 노래하며 살아갈 수 있는 이유다.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신앙관은 시편 139편 14절이다. 이른바 ‘신묘막측(신묘불측)하심’이다. 그는 “현세는 짧지만 영원한 천국을 상상하면 얼마나 무한한가”라며 “헤아릴 수 없는 하나님의 진리와 오묘한 그의 사랑하심을 알게 된 후로는 삶 속에 하나님의 구원 역사가 마치 불과 같이 내 안에 살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날마다 살아간다”고 말했다.
임 작가는 현재 경기도 이천 예술마을에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전 수상을 비롯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수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청사에도 그의 작품이 걸려 있다.
그는 “토기장이의 삶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노랫가락의 장단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하나님이 창조한 이 모든 자연을 벗 삼아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삶, 내일을 기약하고 영원한 창작의 꿈을 꾸며 노래하고 춤추듯 삶을 살아내려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