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승71패8무로 8위에 머물렀던 지난 시즌 롯데는 단장과 감독의 불협화음 속 최하위권에서 출발했지만 감독 경질 후 래리 서튼 2군 감독이 팀을 이끌면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팀의 지향점에 발맞춰 대대적인 투자가 이뤄진 김해 상동의 2군 유망주들에게 기회를 주고 작전 야구를 펼쳐 가능성을 타진했다.
새 시즌 서튼 감독의 기조는 명확하다. 20일 시범경기에 앞서 “우리는 홈런 1위 팀이 아니다. 팀 장점을 살리는 게 내 역할”이라며 운동능력이 좋고 짜임새 있는 라인업을 바탕으로 뛰어서 기회를 만들며 득점권에서 강한 야구를 강조했다. 지난해 팀 타율(2할7푼8리) 안타(1393개) 출루율(3할5푼6리) 1위를 차지한 공격력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다.
다만 리그 6위로 급감한 홈런 수(131개→107개)는 고민거리다. 팀 최다가 이대호(19개)일 정도로 20홈런 타자가 한 명도 없었고 타자친화적 사직구장은 장타력을 갖춘 원정팀이 더 이득을 봤다. 이 때문에 롯데는 올해 사직 구장을 리모델링해 외야를 넓히고 담장을 높였다. 서튼 감독이 언급한, 팀 장점을 살리는 운용도 이 같은 변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최다안타왕(192개)이자 타율 2위(3할4푼8리)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캡틴 전준우가 올해도 팀 타선을 이끈다. 외야 확장 및 유망주 중용과 맞물려 올해는 1루 포지션 변화도 병행할 계획이다. 3년 총액 18억원에 FA로 계약한 정훈과 원조 ‘혜자’(알짜배기) FA 안치홍도 힘을 보탠다. ‘리틀 이대호’ 한동희는 지난해 17홈런을 넘어 거포로 확실히 자리매김해줄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무성한 소문 끝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해외파 이학주가 딕슨 마차도가 떠난 유격수 공백을 메워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학주가 손가락 부상으로 이탈한 시범경기 초반 리드오프로 연일 맹타를 휘두르는 방출선수 출신 박승욱과 신예 배성근이 호시탐탐 키스톤콤비 자리를 노린다. 지난해 리그 최하위권 지표를 보인 내야 수비 개선을 위해선 이들 삼파전에 더해 포수 안중열·지시완이 중심을 잡는 센터라인 안정화가 필수적이다.
‘성담장’(성민규 단장 주도로 높인 외야 담장)으로 변모한 외야에선 젊고 빠른 새 얼굴의 주전경쟁이 한창이다. 일단 지난 시즌 메이저 13홈런의 파워와 준수한 외야 수비를 자랑하는 DJ 피터스가 센터라인에서 중심을 잡는다. 붙박이 우익수 손아섭이 FA로 이적하고, 전준우가 내·외야 겸업에 나서면서 코너 외야를 놓고 후보군이 시범경기 무력시위를 펼치고 있다. 고승민은 20일 멀티안타로 공격의 물꼬를 텄고 추재현은 21일 리드오프로 나서 안타와 볼넷, 득점을 기록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다.
지난 시즌 투타 엇박자의 진앙이었던 선발진은 외인 투수 전원 교체로 새판을 짰다. 젊은 좌완 찰리 반즈와 미·일 야구를 두루 경험한 우완 글렌 스파크먼의 원투펀치 구성에 이제는 상수가 된 ‘안경 에이스’ 박세웅이 중심을 잡는다. 4, 5선발 경쟁에선 지난해 후반기 로테이션에서 호투했던 이인복이 앞서나가고 나머지 한자리는 시범경기 막판까지 경쟁 구도를 돌린다. 필승조 최준용, 2년차 영건 김진욱, 투수로 전환한 나균안, 21일 시범경기서 호투한 이승헌 등이 각축 중이다.
김원중이 35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정상급 마무리로 우뚝 선 불펜진은 지난해 롯데의 큰 수확이었다. 다만 20홀드를 거둔 최준용이 선발진으로 정착한다면 구승민(20홀드)-김원중으로 이어지는 승리조에 젊은 피 충원은 필수적이다. 서튼 감독은 “불펜 큰 그림은 가교 역할 2명과 롱릴리프 2명을 포함해 4~5명을 필승조 역할이 가능한 선수로 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A 보상선수 문경찬, 트레이드로 합류한 강윤구는 물론 김유영 김진욱 최건 등 좌완 불펜의 분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