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시절 김인종 경호처장은 청와대 경호원들에게 경호용이어폰 착용 자제령을 내렸다. 무선 이어폰도 많은데 티가 많이 나는 경호용이어폰을 쓰지 말라는 취지였다. 김 처장의 지시는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이어폰을 빼면 경호원 티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청와대의 진정한 주인은 경호처라는 우스개가 있다. 집권 세력은 5년마다 바뀌지만, 경호원은 그대로다. 올해 기준 대통령경호처 정원은 646명이고 969억9600만원의 예산을 사용한다. 대통령비서실 정원은 443명, 예산은 955억7000만원이다. 인원도 예산도 경호처가 비서실보다 많다.
경호처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영국은 런던광역경찰청이 왕실과 총리 경호를 담당하고, 일본도 경시청이 총리 경호를 담당한다. 미국 대통령 경호는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이 담당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호처를 폐지하고 경호 업무를 경찰로 이관하려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과잉 경호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경호처가 대통령만 바라보는 조직인 탓도 있다. 2020년 10월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실에서 문 대통령을 만나려다 몸수색을 당했다. 청와대는 규정이라고 했다. 국회 안에서 야당 원내대표를 몸수색하는 경호처가 일반 시민을 어떻게 대할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소통을 앞세우며 용산 대통령 시대를 선언했다. 광화문이 어려웠던 이유도 결국 경호 때문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더라도 현재의 경호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경호원 600여명이 안전을 명목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접근을 통제하고, 교통을 통제하고, 거리를 벌리면 대통령도 손을 쓰기 어렵다. 집무실 이전도 좋은데, 그에 앞서 청와대 경호부터 바꿔야 한다. 역대 대통령 중 총에 맞아 사망한 유일한 이가 박정희 전 대통령이었다. 북한이나 테러범 소행이 아니었다.
남도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