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도 농사꾼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아이는 두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 너무 가난한 데다 치료 시기를 놓쳐 어린 시절을 소위 ‘앉은뱅이’로 살았다. 아버지는 아들만 생각하면 속상해서 술을 마셨고, 그때마다 “저런 놈은 갖다 버려라”고 소리쳤다. 아이는 혼자 일어설 수 없어서 기어 다녔다.
엄마에게 업혀서 1시간 떨어진 초등학교에 입학하려 했지만, 장애인이라고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다. 엄마와 아들은 한없이 울었다. 열한 살 때 재활원에서 굳은 다리를 펴고, 보조기를 끼웠다. 목발을 짚고 걷는 법을 배우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공부는 늘 1등을 놓치지 않았다. 선생님의 추천으로 대전중학교에 들어갔다. 고교입학 연합고사에서 만점을 받아 장학생으로 충남고에 배정됐다.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했지만 서울대 수학과에 입학했고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카이스트와 서울대 교수를 거쳐 고등과학원(KIAS)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7년 40세 이하의 과학자에게 주는 ‘젊은 과학자상’을 받았다. 바로 김인강 교수 얘기다.
그는 10여년 전 ‘기쁨공식’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기쁨공식은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다. 약한 자를 쓰시는 하나님을 체험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하나님이 자기를 위해 마련해둔 계획은 달랐다고 털어놨다. 대학 3학년 때는 목발을 짚고 무거운 가방을 멘 채 너무 많이 걷다 보니 갈비뼈와 폐가 부딪쳐서 폐에 큰 구멍이 났다. 의사가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기도원 구석에서 엎드려 기도했다. “하나님, 왜 나한테만 이렇게 가혹하신가요. 항상 아프기만 하고, 아무 쓸모 없는 나를 데려가 주세요.”
그때 뒤에서 찬송 소리가 들렸다. 내 모습 이대로 주 받아주소서. 날 위해 돌아가신 주 날 받아주소서.(찬송가 214장 ‘나 주의 도움 받고자’) 그 순간 자아가 깨지며 회개가 터져 나왔다. 나같이 약한 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내게 주신 하나님의 뜻임을 깨달았다. 하나님은 육신에 의지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아파서 누워있는 동안에 기도하는 법과 성경 읽는 법을 배웠다. 고통 중에도 찬양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늘 육신의 나약함 속에 살았지만, 하나님은 약한 데서 강해지는 법을 그에게 가르쳐 주셨다. 예수님은 그에게 세상의 모순과 절규를 알려주셨고, 과거와 현재를 바라보는 방법도 깨우쳐 주셨다. 그는 자신의 연약함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질그릇’으로 쓰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항상 사람들의 동정과 호기심과 경멸의 시선을 받으면서 모욕감을 느꼈다. 그 감정을 견디고자 감정에 무감각해지고자 연습했다. 정신은 강해졌지만 마음에 상처가 생겼다. 마음이 굳어지고 웃음이 사라진 것이다.
대학교에 들어가 성경공부를 하던 중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기 전에 온갖 모욕을 당하시는 구절을 읽었다. 마치 자기가 당하는 것 같았다. 뺨 때리고 침 뱉고 희롱당하고 업신여김당했던 예수님의 고난을 자기 처지로 이입시키는 체험을 하게 됐다. 예수님은 자기를 모욕한 사람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버지 저들을 사하여 주옵소서. 자기들이 하는 것을 알지 못함이니이다.”(누가복음 23장 24절 중)
이 말씀이 그의 가슴을 후벼팠다. 완전한 용서와 완전한 사랑이었다. 예수님의 사랑에 연결되는 순간, 그는 아버지를 용서하게 되었고 자기를 놀렸던 사람들도 용서했다. 그러자 웃음이 회복됐다. 막혔던 기쁨의 샘이 터졌다. 솟아날 구멍이 없는 절망을 이겨낸 기쁨의 공식은 십자가를 경험하는 것이다. 당신도 기쁨의 공식을 만들기 바란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 때문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 때문이라 그가 징계를 받으므로 우리는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으므로 우리는 나음을 입었도다.’(이사야 53장 5절)
송상철 미국 애틀랜타 새한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