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세계랭킹 4위·사진)이 BWF 전영오픈 여자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세계랭킹 1위 타이쯔잉(대만)을 꺾으며 파죽지세로 결승에 올랐지만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안세영은 20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야마구치에게 0대 2(15-21 15-21)로 패했다.
야마구치가 매 세트 중반까지 근소하게 앞서 나가는 가운데 안세영도 파워와 활동량을 앞세워 접전을 연출하며 끈질긴 추격전을 펼쳤다. 하지만 코트 구석구석을 노련하게 찌르는 야마구치의 패싱샷에 안세영이 체력을 많이 소모하면서 세트 막판으로 갈수록 다리가 굳는 장면이 연출됐다. 안세영은 어려운 각도에서도 몸을 날리며 야마구치의 네트플레이를 유도했으나 결정적 장면에서 한발 앞서 파고드는 야마구치의 스피드와 순발력에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월드 투어 슈퍼 1000 대회인 전영오픈은 1899년에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대회로 ‘배드민턴의 윔블던’으로 통한다. 안세영은 1996년 ‘셔틀콕 여왕’ 방수현 이후 26년 만에 전영오픈 여자 단식 금메달에 도전했지만 숙적 야마구치에 가로막히며 아쉬움을 남겼다.
2021-2022 시즌 안세영과 야마구치는 빅터 덴마크 오픈과 요넥스 프랑스 오픈, 다이하츠 인도네시아 마스터즈 등 다수 대회 결승·준결승에서 만나 자웅을 겨뤘다. 1승 2패로 우승과 준우승을 주고받으며 야마구치가 근소 우위를 점했는데 이번 경기 승리로 승차가 더 벌어졌다.
앞서 4강전에서 안세영은 세계랭킹 1위이자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타이쯔잉을 제압하며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안세영은 세트 초반부터 리드를 점하는 적극적인 플레이로 1세트를 선취했고 2세트에서도 21-13으로 경기를 마무리하며 한층 발전된 경기력을 선보였다. 2019년 17세 나이로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에서 타이쯔잉을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던 안세영은 4강전 승리로 상대 전적 2승1패의 우위를 이어가게 됐다.
한편 여자복식 32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천칭천-자이판(중국)을 꺾어 기대를 모았던 김혜정-정나은 조는 준결승에서 일본의 마쓰야마 나미-시다 지하루에 0대 2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