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軍 실수 연발 고전, 전사자 숨기려 한밤 이송”

입력 2022-03-21 04:05
지난 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 지역에 파괴된 러시아군 탱크들이 방치돼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실수를 연발하며 고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자 이를 숨기려 몰래 시신을 옮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9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기대했던 것만큼 빠르게 진격하지 못했다”며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수차례 실수를 목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물자 보급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으며, 전술 정보를 잘 활용하고 있다는 증거도 찾기 어렵다”며 “지상 작전과 공습의 통합도 원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마리우폴 등 일부 도시를 무차별 폭격하며 시가지로 진입했으나 수도 키이우 진입은 저지당한 상황을 러시아의 예측이 빗나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계획이 무너진 건 우크라이나군이 외국에서 지원받은 무기들을 잘 활용해 러시아군에 타격을 입히고 수송 행렬을 지체시킨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2012년 군 개혁을 단행하면서 대대전술그룹(BTG)을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했다. 탱크, 곡사포, 대공방어 시스템 등을 갖춘 각 BTG는 신속한 공격과 장거리 공격을 전환해서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개별 BTG는 75대가량의 차량에 의존하면서도 보병 병력이 200명에 불과해 후방이나 측면 공격에 취약하다. 게다가 이들 부대는 전쟁 계획을 통보받지 못하면서 보급 물자 확보나 정비 계획을 미처 세우지 못한 채 전장에 투입됐다. 결국 보병의 측면 엄호를 받지 못한 탱크와 장갑차들은 우크라이나군의 좋은 표적이 됐고 재블린을 비롯한 소형 무기들에 파괴됐다고 FT는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전사자 규모 등 피해 사실을 축소·은폐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자유유럽방송 등을 인용해 러시아군이 야밤을 틈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벨라루스 동남부 도시 고멜을 거쳐 2500여구의 전사자 시신을 본국으로 이송했다고 보도했다.

현지 병원의 한 의사는 자유유럽방송에 지난 13일까지 2500구가 넘는 시신이 이 지역으로 이송됐다가 기차와 항공기에 실려 러시아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지역 주민들은 의료기관들이 러시아군 부상자로 포화 상태이고 영안실도 시신으로 가득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의사는 “초기에는 시신이 구급차나 러시아행 기차에 실렸지만 이런 상황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진 이후에는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신이 밤에 적재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이달 초 개전 이후 1주일 동안 자국군 병사 500명가량이 전사하고 1597명이 부상했다고 밝힌 이후 사상자 규모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20일 기준 러시아군 병사 1만470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으며 미 정보 당국은 전사자가 최소 7000명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