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뛰기 우상혁, 마침내 세계 정상 포효

입력 2022-03-21 04:02
우상혁이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에서 열린 ‘2022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지은 뒤 태극기를 두른 채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대한민국 트랙&필드 사상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우상혁은 20일(한국시간) 세르비아에서 열린 ‘2022 베오그라드 세계실내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승에서 2m34를 넘으며 1위에 올랐다.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잔마르코 탐베리(이탈리아) 등 세계 정상급 선수와 경쟁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경기 초반 2m20, 2m24, 2m28을 모두 1차 시기에 통과한 우상혁은 2m31 도전에서 1, 2차 시기 연거푸 실패하며 잠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벼랑 끝 상황에서도 3차 시기 2m31을 극적으로 넘은 뒤 이어진 2m34 도전을 한 번에 성공하면서 오히려 경쟁자들을 압박했다.

우상혁은 탐베리 등 4명의 선수가 3차 시기까지 2m34를 아무도 넘지 못하면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승리의 감격에 눈물을 흘린 우상혁은 잠시 감정을 추스른 뒤 2m37에 바를 놓고 개인 최고기록에 도전했다. 1, 2 시기에서 실패한 뒤 환한 웃음을 지으며 군인답게 거수경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2m35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4위를 차지한 우상혁은 올해 시즌 베스트 2m36을 기록하며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다. 국제육상연맹은 이번 대회 높이뛰기 우승 후보 1순위로 우상혁을 소개했다. 지난달 6일 체코 후스토페체에서 열린 세계육상연맹 인도어투어에서 2m36으로 자신의 한국기록을 재차 갱신했고, 같은 달 16일 슬로바키아 반스카 비스트리차에서 열린 실내육상대회에서도 2m35로 1위를 차지했다.

2022 세계실내육상선수권은 전 세계 137개국 총 680명의 선수가 출전, 실내 육상 26개 종목에서 우승을 겨루는 세계육상연맹(IAAF) 주관 메이저 육상대회다. 과거 세계실내육상선수권에서 한국 역대 최고 순위는 1995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 400m에서 손주일이 달성한 5위였다.

이 대회 한국 선수 출전 자체가 2012년 터키 이스탄불 대회 이연경(허들 여자 60m) 이후 10년 만일 정도로 한국 육상은 국제무대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았다. 이번 대회 우상혁이 선배들의 발자취를 넘어 단숨에 메이저 대회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첫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서 우리 육상계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우상혁은 오는 7월 15일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개막하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육상 사상 두 번째 메달을 노린다. 실외 경기인 이 대회에서 메달을 딴 한국 선수는 ‘2011년 대구 세계선수권 남자 20㎞ 경보’에서 동메달을 딴 김현섭뿐이다. 오는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첫 금메달을 노린다. 우상혁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