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우폴 집착하는 푸틴, 왜… 돈바스 병합, 크림과 연결 노려

입력 2022-03-21 04:02
민간인 대피 장소로 쓰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한 극장 건물. 미국 위성정보업체 맥사테크놀로지가 19일 촬영한 위성 사진을 보면 건물 외곽 바닥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를 뜻하는 단어가 흰 글씨로 선명하게 쓰여 있다. 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이 4차까지 진행되며 해결 실마리를 보이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돈바스 남부 지역에서의 공격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친러시아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을 중심으로 크림반도와 함께 우크라이나 동남부 전체를 합병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러·우크라 양국은 이미 지난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방안에 대해 해결의 실마리를 잡은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단념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안전보장 방안이라는 세부 방법론 조율만 남았기 때문이다.

세부 방법론 차이는 우크라이나가 중립국화하는 대신 미국·영국·터키와의 안보조약 체결을, 러시아는 스웨덴·핀란드식의 ‘군대 유지 중립국’화를 내세우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항구도시 오데사 등 서부지역에서의 지지부진한 전과와 막대한 병력·무기 손실에도 불구하고 마리우폴 등 동남부 지역 공세 수위를 한층 더 끌어올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야심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는 형국인 셈이다.

그러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보전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4차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는 이미 크림반도를 제외한 돈바스 지역의 독립을 결코 인정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러시아군은 마리우폴 점령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19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 등 서방 언론들에 따르면 이미 마리우폴은 러시아군의 총공세로 주거 건물의 약 80%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으며 도시 기능을 상실하는 등 폐허 직전이다.

서방 외교·군사 전문가들은 마리우폴이 최악의 전장이 될 게 확실하며 러시아가 도시를 완전히 장악할 경우 종전 협상이 급물살을 탈 개연성이 높다고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마리우폴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만약 이 도시를 포기할 경우 우크라이나 정부는 권력 붕괴 상황에 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으로선 러시아가 친서방 정부의 교체를 내세우는 데다 마리우폴까지 점령당할 경우 “전쟁으로 희생만 치르고 영토까지 빼앗겼다”는 국내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우크라이나는 특수부대뿐 아니라 돈바스 전쟁 과정에서 충분한 전투 경험을 쌓은 아조프 대대, 친러 체첸에 반기를 든 체첸 반정부군 자원병력 등을 모두 투입해 끝까지 도시 사수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한편 러시아는 이틀 연속 극초음속 미사일인 Kh-47M2 ‘킨잘’을 우크라이나 군사시설에 발사했으며 흑해와 카스피해 함상에서도 우크라이나 군사장비 수리공장 등에 크루즈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러시아 관영 인테르팍스 통신은 킨잘에 대해 사정거리가 2000㎞에 이르고 현존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로 저지할 수 없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