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연일 300명 이상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하고 있다. 유행이 정점기에 접어들면서 확진자 증가는 주춤하지만 전문가들은 당분간 확진자 폭증에 뒤이은 여파를 주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0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33만4708명으로 전날보다 4만6746명 줄었다고 발표했다. 확진자 추이를 감안할 때 확산세는 일단 정점에 도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확진자 상승 곡선이 가파르게 그어지면서 18% 넘는 국민이 감염으로 인한 자연 면역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관건은 이날 1033명으로 집계된 위중증 환자다. 표면적으론 이 역시 지난 16일 1244명으로 최다를 기록한 뒤 기세가 꺾인 것처럼 보이나 전문가들은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중증병상에서 치료 중 숨진 이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이날 신규 사망자는 327명으로 지난 17일 기록한 429명에 이어 국내 발병 이래 두 번째로 많았다.
다른 지표들도 좋지 않다. 집중적인 고령층 3차 접종의 영향으로 지난 1월 한때 10% 아래로 떨어졌던 60세 이상 신규 확진자 비율은 20.3%까지 높아졌다.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67.6%로 전날보다 1.7% 포인트 올랐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병상 가동률이 오르며 요양병원·요양원에서 새로 전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위중증 환자가 실제보다 적어 보이는 이유 중 하나”라고 우려했다.
중환자 증가 억제에 일조한 경구용 치료제도 변수다. 현시점에서 정부 승인이 난 유일한 경구용 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는 최근 확진자 증가와 처방 기관 확대 영향으로 사용량이 급증했다. 지난 1월 도입된 뒤 이달 10일까지 4만111명분이 쓰였는데 지난 11~17일에만 3만4403명분이 새로 사용됐다.
수요 증가와 물량 배분 문제로 재고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MSD(머크)사의 경구용 치료제인 몰누피라비르에 대해서도 긴급사용승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금 추세면 이달 말엔 물량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