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 대통령 집무실로 선택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방부 청사 인근 지역은 이미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에 고도 제한 등 집무실 이전에 따른 추가적인 규제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둘째, 군 지휘부가 인접해 있는 데다 지휘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과 군 지도부 사이의 신속한 의사소통으로 안보대비 태세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것이 윤 당선인 측 분석이다.
셋째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고, 국민과 소통하는 열린 대통령실을 구현하는 데 있어 현재의 청와대보다 국방부 청사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20일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무실을 이전하더라도 용산 지역에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용산 일대는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어 경호를 목적으로 군사시설 구축이나 추가 고도 제한 등 주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오히려 청와대로 인해 경복궁 인근 등 군사구역으로 지정됐던 강북 지역의 군사구역 해제로 더 좋은 강북이 될 수 있다고 윤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또 당초 공약으로 내걸었던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로 집무실을 이전할 경우 전파 차단으로 통화 방해, 집무실 주변 집회 금지로 광화문 광장 이용 제한 등 국민 불편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주변 아파트 위에 방공포대를 설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현재도 군사시설 방어를 위해 대공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주변 아파트에 추가로 방공포대를 설치하는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윤 당선인 측은 또 국방부 청사가 안보 수호를 위한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광화문에 대통령 집무실을 세우면 지휘통제 시스템이 없어 기존 청와대 지휘 벙커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것이 약점으로 거론됐다. 이럴 경우 청와대를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이전하면 대통령과 군사작전 지휘부가 근접한 장소에 있게 된다. 또 용산 대통령실은 유사시 지휘 통제가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신속한 국가안보 대처가 가능하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 주장이다.
윤 당선인 측은 이어 현재 국방부 상황실은 청와대 상황실로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지휘체계 등 운영에도 공백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국방부가 합참 상황실을 함께 사용하면서 효율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무엇보다 올해부터 차례로 주한미군 기지 반환이 예정되어 있어 신속하게 용산 공원을 조성해 국방부 청사를 집무실로 사용할 수 있고, 국민과의 교감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윤 당선인의 신속한 결정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윤 당선인은 “결단을 하지 않으면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의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임기 첫날부터 청와대를 떠나 새로운 집무실에서 시작하겠다는 것은 스스로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포기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굳은 의지의 표현”이라고 밝혔다. 공간 이전이라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 막대한 대통령의 권한을 내려놓겠다는 상징성이 담겨 있다는 뜻이다. 권 의원은 “청와대 해체 공약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면서 “이미 몇 달 전부터 과거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참모들의 제안과 제왕적 대통령 시대를 종식하겠다는 윤 후보의 결단이 합쳐져서 나온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이어 “청와대를 해체하겠다는 가장 큰 이유는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가 너무나 심각하기 때문”이라면서 “대통령은 구중궁궐과 같은 청와대에서 고립되고, 소수의 청와대 참모진들이 거대한 권력을 가지는 구조가 모든 정권에서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정치적 부담과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이전을 강력히 추진하는 데에는 절대권력의 상징이라는 청와대의 부정적 이미지를 일거에 바꾸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최 원장은 이어 “집무실 이전은 청와대 조직 개편 등 대대적인 권력구조 개편의 신호탄”이라고 분석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