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동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치열한 시가전이 시작되며 도시 함락이 초읽기에 돌입했다. 마리우폴이 함락될 경우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의 주요 도시를 점령하게 된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 전체가 러시아 수중에 떨어지게 돼 전황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어질 전망이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마리우폴에서는 러시아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세력 등이 도시 중심부까지 진입해 우크라이나군과 격렬한 시가전을 벌이고 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군이 도시 내부로 더욱 깊숙이 진격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도시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군대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적군의 규모는 우리보다 크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점령하게 되면 러시아 침략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의 대도시를 점령한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친러 분리주의 반군 장악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과 2014년 합병한 크림반도까지 회랑이 완성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남부를 완전히 차지하게 된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유럽에서 가장 큰 야금 공장 가운데 하나인 마리우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차지하기 위해 전투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제철소 시설 대부분이 파괴됐다.
도시 폭격도 이어지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날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성명에서 “대피소로 사용되던 예술학교가 러시아군에 의해 폭격당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이 학교에는 어린이와 여성, 노인 등 약 400명의 주민이 대피하고 있었다. 사상자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잔해 속에 갇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점령하기 위해 3주째 도시를 포위한 채 집중 포격을 가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군이 군사시설뿐만 아니라 병원과 교회, 아파트 건물 등 민간건물도 무차별적으로 폭격하면서 사망자가 속출했고 도시 전체가 폐허로 변했다. 이미 식수와 식량이 떨어지고 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겨 주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는 상태다.
마리우폴 당국은 전쟁 발발 후 지금까지 2500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 5일 동안 4만명의 시민이 러시아군 공격을 피해 도시를 떠났고, 2만명이 대피를 기다리고 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러시아군이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 수천명을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시켰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을 통해 “러시아의 마리우폴 공습은 수세기 동안 기억될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