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죠? 감기약이 모두 품절이에요” 약국은 전쟁중

입력 2022-03-21 00:02
지난 6일 서울의 한 약국에 진열된 소아용 마스크와 감기약. 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 유행이 길고 가파르게 지속되면서 종합감기약·해열제 등 필수 의약품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재택치료자는 물론이고 감염될 때를 대비해 상비약을 구비하려는 수요가 높지만 약사들마저 물품을 구할 수 없어 발을 구르는 상황이다.

20일 오후 1시쯤 서울 송파구의 한 약국을 찾은 손님 3명은 잇따라 발길을 돌렸다. 김모(25)씨는 “여동생이 재택치료 중이라 대신 해열제를 사러 왔는데 원래 복용하던 약은 없다고 한다”며 “몇 군데 더 가보고 구할 수 없으면 다른 약이라도 사가야겠다”고 했다. 세 살배기 아들을 안고 약국을 방문한 정모(37)씨는 “코로나19 확진은 시간문제라는 생각에 상비약을 구하려고 왔는데 허탕쳤다”고 말했다.

약사들도 약을 구할 수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 이달 들어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고 했다. 마포구 한 약국은 타이레놀 같은 필수 의약품조차 구비해 놓지 못한 실정이다. 약국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상 단계부터 재고가 아예 없다”며 “평소 거래를 안 하던 도매상까지 전화를 돌리면서 부랴부랴 구해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도 한 약국도 어린이용 의약품이 동난 지 3주째다. 소아 환자에게 하는 수 없이 가루약 처방을 권한 적도 있지만 보호자들은 “아이가 가루약을 어떻게 먹느냐”며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약사들은 틈나는 대로 재고를 문의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구의 한 약국은 종합감기약 재고 수량이 ‘0’이었다. 이 약국 약사는 “회전율이 너무 빨라져서 시간 날 때마다 약을 구하지만 입고되자마자 곧바로 나가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마포구 약국 관계자도 “특히 목 관련 의약품이나 어린이용 해열제는 바닥이 났다”며 “제약사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전화를 돌리며 재고가 풀리자마자 주문을 해야 손님을 맞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부 약사는 성분이 비슷한 대체 약품을 찾고 있다. 한 약국 관계자는 “환자에게 필요한 성분의 어떤 약이라도 줘야 하기 때문에 브랜드를 따질 여력이 없다”며 “이마저도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의약품 유통 시장에서도 코로나19 관련 약품의 수요·생산 불균형이 커지는 모습이다. 최근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와 제휴 중인 제약 유통사 상황을 확인한 결과 일반관리군 확진자들이 처방받는 코로나19 관련 약 10종 중 7종이 품절 상태였고 3종은 수급 불안정 상태였다. 업체 관계자는 “생산 및 유통 등 전 과정에 걸쳐 수급이 원활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박민지 신용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