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강정호(35)의 복귀를 추진해 여론이 들끓고 있다. 별도의 사과도 없이 계약부터 KBO 승인까지 기습적으로 강행하면서 KBO리그 개막 전부터 야구계에 폭탄이 떨어졌다.
키움 구단은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해지 복귀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정호와 최저연봉 3000만원에 2022시즌 선수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2020년 KBO 상벌위원회로부터 1년간 실격,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징계가 확정됐기 때문에 KBO 규정에 따라 복귀 승인이 이뤄지고 해당 요건만 갖추면 내년 시즌 출장은 가능하다.
강정호는 KBO를 넘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도 활약한 역대급 재능이다. 하지만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야구계에서 퇴출됐다. 2016년 음주운전 중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에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시도한 뒤 감춰왔던 2009년과 2011년 음주 벌금형 전력까지 공개돼 나락으로 떨어졌다. 비자발급 무산으로 메이저 커리어도 용두사미로 끝났다.
2020년 키움과 손잡고 한 차례 복귀를 추진했으나 거센 반대에 부딪히자 “저의 큰 욕심이었다”며 뜻을 접었다. 이후 사실상 은퇴 상태로 미국에 거주해 왔는데 이번에는 키움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키움은 “고형욱 단장이 지난주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강정호와 세 차례 통화를 하며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고 단장은 “40년 넘게 야구인으로 살아온 선배로서 강정호에게 야구선수로서 마무리할 마지막 기회를 주고 싶어 영입을 추진했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강정호 일병 구하기’는 싸늘한 여론에 직면했다. 지난해 한현희와 안우진의 무단이탈 음주 논란을 겪었고, 송우현의 음주운전 때는 ‘읍참마속’격으로 방출까지 했던 키움이 재차 왜 논란을 자초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강정호는 야구재능이 확실한 선수라지만 3년 넘는 선수생활 공백에 내년이면 우리 나이 37세, 야구 선수론 환갑을 훌쩍 넘긴 노장이다.
더구나 코로나19로 관중이 급감했고 선수들의 각종 일탈이 팬들의 눈총을 사면서 각 구단이 올 시즌 리그 흥행에 대한 위기의식을 공유하는 상황이다. 동업자 정신과 거리가 먼 키움의 돌발 행보에 일각에선 최근 출소한 이장석 전 대표의 입김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홍원기 키움 감독 역시 본인이 데리고 쓸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는 강정호 이슈로 유탄을 맞았다. 20일 시범경기에 앞서 관련 질문이 쏟아지자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지만 ‘야구인 생각과 여론에 격차를 느끼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전날도 “시범경기 기간에 이런 문제로 인터뷰하는 것조차 안타깝다”면서도 “(선배 입장에선) 야구선수로 마무리할 기회를 줬으면 하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