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호 손·팔 이식 성공… 양팔 없는 2명도 이식 대기 중

입력 2022-03-21 19:20 수정 2022-03-22 19:09
사고로 오른팔 잃은 40대 남성 뇌사자의 손 기증받아 제2의 삶
수술 2주 경과 이상 없이 회복 중… 뇌사자 팔다리 기증 인식 개선돼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수부이식팀 최윤락(왼쪽 첫 번째), 홍종원(두 번째), 주동진(네 번째) 교수가 국내 2호 손·팔 이식 수혜자인 최종호씨의 이식받은 오른손과 팔 부위를 살펴보고 있다. 수부이식팀은 지난 9일 사고로 오른손 전부와 팔 일부를 잃은 40대 남성에게 국내 세 번째 손·팔 이식 수술을 시행했다.

국내에서 세 번째 시행된 손·팔 이식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 3년 전 작업장 사고로 오른손 전부와 팔 일부를 잃은 40대 남성이 뇌사자의 손을 기증받아 제2의 삶을 얻게 됐다. 2017년 국내 첫 손·팔 이식 및 2018년 합법화 이후 지난해 두 번째 시행에 이은 세 번째 사례가 나온 것이다.

하나의 장기가 아니라 뼈와 근육, 인대, 혈관, 신경, 피부까지 세밀하게 연결해야 하는 고난도 복합조직 이식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하지만 최근 잇단 수술 성공으로 손·팔은 물론 발·다리 이식을 원하는 장애인들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손·팔, 발·다리 이식 등록 대기자는 25명이다. 이들 중에는 양쪽 손·팔을 다 잃은 사람들도 있어 적당한 뇌사 기증자가 있을 경우 더 고난도 양 손·팔 이식도 국내에서 처음 시도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수부이식팀 성형외과 홍종원, 정형외과 최윤락, 이식외과 주동진 교수는 지난 9일 뇌사자로부터 오른쪽 손을 기증받아 A씨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공장에서 압착기 사고로 오른손과 팔 아래가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의수를 끼고 생활하던 그는 지난해 초 세브란스병원의 국내 두 번째 손·팔 이식 소식을 접하고 무작정 의료진을 찾았다. 의료진에 따르면 A씨는 손을 잃은 뒤 미국으로 건너가 전자 의수를 맞춰 왔지만 ‘진짜 사람 손을 갖고 싶다’는 열망이 강했다고 한다. 수술 2주 가량된 A씨는 현재 별다른 이상 없이 건강을 회복 중이다. 홍종원 교수는 “수술 2주까지는 혈류(피 순환) 문제가 있는데, 현재 안정적인 상황이다. 또 수술 3일 안에 나타나는 초급성 면역거부반응을 우려해 초긴장했었는데, 다행이 잘 지나갔다. 7부 능선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술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아 적극적인 재활치료는 받지 못하고 있다.

최윤락 교수는 “앞으로 ‘내재 근육’과 신경이 잘 뿌리내리도록 하고 손·팔 이식에서 문제될 수 있는 ‘갈퀴손 변형’을 막는 게 중요하다. 상처가 다 아물면 3개월간 재활 보조기를 끼고 손목과 손가락 관절 움직임을 서서히 늘리면 자연스레 갈퀴손이 방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곳 수부이식팀은 2호 팔이식 수혜자인 최종호(64)씨의 재활치료에도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오른손·팔 이식을 받은 최씨는 1년여가 지난 현재 오롯이 ‘자기 손’으로 어느 정도 독립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없는 상태다. 최씨는 이식받은 손으로 숟가락을 들거나 문을 열고 운전 시 핸들을 돌리는데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다만 젓가락질이나 단추 채우기, 휴대전화 문자 보내기 같은 세밀한 동작엔 아직 제약이 따른다. 그는 지난 1월 일부 조직 유착으로 엄지와 다른 4개 손가락이 붙어버린 문제를 해결하는 2차 수술을 받았다. 최 교수는 “엄지의 움직임이 보다 자유로워지면 작은 물건을 잡거나 미세한 동작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근력(운동신경)과 감각신경은 손 면적의 95%에서 회복됐다. 다만 신경의 기능적 재생은 75% 수준이다. 보통 신경 재생은 머리카락 자라는 속도로 진행되며 6개월~1년 정도 걸린다. 최씨는 “땀도 난다. 손을 계속 움직이면 손바닥이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며 신기해했다.

최씨의 경우 이식 후 3~5주에 두 차례 급성 면역거부반응을 겪었다. 피부에 빨간 반점이 돋아 응급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대개 이식 환자 80%에서 1년 안에 급성 거부반응을 경험한다.

주동진 교수는 “이식된 손·팔은 몸에 ‘큰 가시’를 달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물체로 인한 면역거부 반응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평생 복용해야 하는데, 지나치게 많이 쓰면 감염에 따른 부작용, 부족하면 거부반응이 생기는 만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식 1년이 지나면 만성 면역거부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는 급성 거부반응이 반복되면서 혈관이 굳고 막혀서 생긴다. 심하면 이식된 손·팔을 떼야 할 수도 있다.

홍 교수는 “손은 일상에서 많이 쓰기 때문에 작은 손상으로 염증이 생기면 만성 거부반응의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손에 로션을 자주 발라 건조하지 않게 하고 아침 저녁으로 작은 상처라도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손의 감각이 떨어지거나 피부의 색깔이 바뀌는 것도 만성 면역거부반응의 신호이므로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간 절단 장애로 심리적 위축이 컸다는 최씨는 “아직 오른손의 기능이 완전하진 않지만 심리적으론 100% 만족하고 있다”며 웃었다.

지난해 2호 손·팔 이식 성공 후 장애인들의 상담이 부쩍 늘었다.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를 통해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KONOS)에 등록된 손·팔 이식 대기자는 8명이며 여성도 1명 포함돼 있다. 이들 중 2명은 양쪽 손·팔이 없는 장애인이다. KONOS에 따르면 2020년까지 단 한 명도 없던 손·팔, 발·다리 이식 대기자가 지난해 25명(손·팔 14명, 발·다리 11명)이 등록된 걸로 확인됐다.

홍 교수는 “손·팔 이식은 다른 내부 장기 기증과 함께 이뤄져야 하고 해당 병원의 뇌사 기증자로부터만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제약이 따르고 외부에서 보이는 부분이라 뇌사자 유가족이나 일반인의 인식이 낮아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면서 “정부기관에서도 장기 기증 독려 시 손·팔 이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팔 이식 외에 자궁이나 안면, 후두(기관)이식도 의학적 기술로만 보면 국내에서 충분히 가능하다.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향후 관련 학회나 국회에서 법제화 논의가 적극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