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칼시노겐 리포트 나왔다… 유해물질 5종 발암요인 밝혀

입력 2022-03-22 04:07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라돈 벤젠 비소 카드뮴의 인체 발암성, 국내외 노출 현황 및 기준, 노출 저감 방법, 정책 제언 등을 담은 ‘한국판 칼시노겐(carcinogen·발암물질) 리포트’가 처음으로 나왔다.

국립암센터는 5개 유해물질에 대한 발암요인 보고서(사진)를 최근 발간했다. 대상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1급 발암물질들이다.

국립암센터는 21일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 국립암연구소(NCI)가 공동 운영하는 국가독성학프로그램을 통해 2년마다 ‘칼시노겐 리포트’를 공개하고 있는데, 그와 유사한 형태”라며 “국민 관심이 크고 작업장 노출이 많은 환경대기, 화학물질, 중금속에 대한 발암성 평가를 지난해 우선 진행했고 보고서를 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는 석면과 다이옥신, 폴리염화바이페닐(PCB), 의료 방사선 등에 대한 평가를 검토중이다. 국림암센터는 2024년까지 IARC 지정 1급 발암물질 110여가지 중 한국인에게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것들 중심으로 평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평가 보고서는 국가암정보센터를 통해 일반 대중에 공개된다.

국립암센터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큰 발암 이슈가 제기됐을 때 해당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나 위험성, 노출 피하는 방법 등 국민이 궁금해하는 과학적 근거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연구에서 미세먼지(PM2.5, PM10) 등 대기오염 물질은 폐암 발생과 연관성이 확인됐고 방광암, 유방암 발생 위험도 제한적이지만 보고되고 있다. 라돈도 폐암을 일으킨다. WHO는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라돈 노출이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으나 뚜렷한 관계가 없다는 연구들도 있어 논란이 있다. 라돈은 암석, 토양·지하수, 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몇차례 붕괴를 거치는 과정에 생성되는 방사능을 가진 기체로 무색·무취·무미하다. 환기가 어려운 지하 공간이나 암석·토양 인근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일반인은 특별히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위험은 높지 않다. 또 지하철 이용만으로 의미있는 라돈의 노출이 있다고 볼순 없다. 보고서는 “다만 흡연할 경우 폐암 발생 위험을 더 상승시킬 수 있으므로 라돈 노출이 가능한 직업이나 환경에 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벤젠은 플라스틱 고무 페인트 세제 등 생활용품 원료로 쓰이거나 담배 연기에도 미량 함유돼 있다. 낮은 농도라도 오랫동안 노출 시 급성골수성백혈병, 비호지킨림프종,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만성골수성백혈병 등 혈액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발성골수종, 폐암 발생도 제한적이지만 보고된 바 있다.

토양에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 비소는 폐암, 피부암, 방광암을 유발하고 신장암, 전립선암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카드뮴 및 그 화합물은 장기간 노출될 경우 폐암 유발 위험이 높아지며 전립선암, 췌장암, 신장암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