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샤이 오미크론

입력 2022-03-19 04:11

수줍음을 많이 탄다는 뜻의 샤이(shy)는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말 앞에 주로 쓰인다. ‘샤이 보수’ ‘샤이 진보’는 각각 보수·진보적 성향을 숨기고 있다가 투표할 때 드러내는 사람을 말한다. 샤이가 이번엔 오미크론 앞에 붙었다. ‘샤이 오미크론’은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속에서 자신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을 숨기는 사람을 가리킨다.

진단키트 검사 결과 두 줄, 양성 판정이 나왔지만 이를 확정해 주는 PCR 검사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지 않고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사람이 늘고 있다. 확진 판정을 받아도 정부에서 해주는 건 없고, 대신 일주일 격리로 이런저런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일주일 간 영업을 못하면 손해가 막심하다. 일용직도 고용불안과 생계 위협을 받는다. 취업 준비생은 한참을 준비했던 기업 채용에 응시하지 못할까 봐 검사를 꺼린다. 일부 직장인은 회사의 눈치가 보여 증상이 있어도 쉬쉬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출근한다. 최종 확진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지 않겠다는 이들의 선택에 뭐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감염됐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다른 이에게 전파시킬 수 있고, 자신의 증세도 악화될 수 있다.

샤이 오미크론이 늘어난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최대 24만원까지 받을 수 있던 확진자 생활지원금은 지난 16일 10만원으로 줄었다. 큰 도움이 안 된다.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대신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개선하는게 낫겠다. 샤이 오미크론까지 감안하면 확진자는 이미 하루 100만명, 사망자는 1000명이 넘을 것이라는 전문가 진단도 나온다. 사망자가 급증하는데도 정부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계절독감 수준’이라는 메시지로 국민의 방역 긴장감을 완화시키고 있다. 오는 21일부터 사적 모임 제한이 6명에서 8명으로 확대된다. 거리두기는 계속 풀어지고, 방역 구조 상 샤이 오미크론을 걸러낼 장치는 없다. 이쯤 되면 “지금 한국은 코로나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의 말이 틀리지 않은 듯하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