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국방부’ 집무실 “소통·보안” vs “주민 불편” 찬반 팽팽

입력 2022-03-18 04:02
17일 국방부 청사와 주변 모습.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의 대통령 집무실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로 옮길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윤 당선인 측은 용산으로 갈 경우 집무실 인근에 관저를 새로 짓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 일각에서는 권위주의 이미지가 강한 현재의 청와대에서 벗어나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으로 옮기면 국민과 소통하는 것이 훨씬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 집무실을 국방부 청사에 둘 경우 ‘군사시설 내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점이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또 현재 국방부 영내에 있는 국방부와 합동참모본부 조직의 연쇄 이동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거론된다. 특히 용산도 유동인구가 적지 않아 경호 등 통제로 인한 교통혼잡 등 주민 불편도 우려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당초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지키기 위해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를 대통령 집무실로 검토했다. 하지만 인수위는 보안과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국방부 청사도 후보지로 들여다보고 있다.

국방부에는 지하 벙커가 있어 유사시 이를 사용할 수 있고, 2대의 헬기가 동시에 이착륙할 수 있는 헬기장도 갖추고 있어 대통령 전용헬기와 경호헬기가 함께 뜰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용도 정부서울청사보다 국방부 청사로 옮기는 게 훨씬 저렴하다는 보고도 인수위에 올라왔다고 한다. 행정안전부는 대통령실을 청와대에서 국방부 청사로 옮길 경우 약 500억원, 외교부가 입주한 정부서울청사 별관으로 옮기면 약 1000억원이 소요된다고 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다만 관저를 국방부 청사 근처에 새로 지을 경우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

군 소식통 등에 따르면 모두 10개층의 국방부 본관 건물 중 1~5층을 대통령 집무실로 쓰고, 기존에 있던 국방부 부서들은 영내에 있는 합참이나 육군회관 등으로 쪼개져 들어가는 안이 거론된다.

국방부 영내는 전체 면적이 약 27만6000㎡지만 여러 군 시설과 부대가 밀집해 있어 공간에 여유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를 정부과천청사로 옮기는 것은 군 전용 통신망 설치 문제 등으로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재로선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이 같은 부지 안에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국방부 청사 주변의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서는 국방부 현관이나 헬기장을 볼 수 있어 대통령의 동선이 노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이 군과 사실상 같은 공간에서 근무할 경우 ‘군사정권이냐’는 비아냥도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안보 공백도 우려된다. 윤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하는 5월 10일 용산 집무실에 들어오기 위해선 4월에 국방부 청사 리모델링을 해야 하는데, 이때가 북한의 도발 위험이 큰 시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윤 당선인은 17일 오후 집무실 이전에 관해 논의한 끝에 외교부가 입주해 있는 정부서울청사 별관과 국방부 청사를 이전 후보지로 압축했다고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전했다. 기획조정과 외교안보 분과 인수위원들이 18일 두 곳을 방문해 점검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용산 이전 구상에 맹공을 퍼부었다.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용산땅은 오욕의 역사가 있는 곳”이라며 “대통령이 꼭 청나라 군대, 일본 군대가 주둔했던 곳에 가야겠느냐”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방부 청사는 청와대보다 더 구중궁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윤 위원장을 겨냥해 “당장 용산 주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여기(청와대) 안 쓸 거면 우리가 쓰면 안 되느냐”고 비꼬자 국민의힘은 “매우 부적절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김영선 문동성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