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800만명을 넘으면서 생활지원비 예산을 지원해야 할 대상도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된 국민이 생활지원비를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지급하고 있다. 지급 가구가 늘어나면서 관련 예산은 언제 동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 늦기 전에 취약 계층에게 생활지원비를 선별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17일 서울 자치구별 생활지원비 예산 집행률을 분석한 결과, 정부 추가경정예산 등을 반영한 자치구의 예산 집행률은 20% 안팎으로 집계됐다. 추경을 반영하지 않은 자치구의 집행률이 90% 안팎인 것과 비교하면 현재까지 남은 예산은 다소 넉넉한 상황이다. 추경을 반영하지 않은 자치구는 내부적으로 회계 작업을 진행 중인데, 앞으로 추경 예산이 회계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지원비는 국비와 지방비를 ‘50대 50’으로 나눠 지급하는데, 지자체에선 생활지원비 신청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비 비중을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국비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의 생활지원비 지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추경에선 확진자 생활지원비와 유급휴가비 지원에 9740억원이 추가로 편성됐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진 판정과 생활지원비 신청에 시차가 있고, 생활지원비를 신청하지 않는 확진자도 있어 예산 집행률을 집계하기는 쉽지 않다”며 “생활지원비 지급 체계를 개편한 이후 예산이 얼마나 쓰이는지 보고 추가 재원 등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활지원비는 지난 16일부터 격리 일수와 무관하게 가구당 10만원을 정액 지급하고, 한 가구 내에서 2인 이상 격리되면 15만원을 주는 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생활지원비 예산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급액을 조정한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일괄적으로 생활지원비를 지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영국은 재택치료 통지를 받은 사람 중 저소득층이거나 18세 미만 확진자의 보호자에게 500파운드(약 80만원)를 지원한다. 미국은 본인이나 가족이 격리로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 장애보험, 실업 유급육아휴직 등을 각 주 정부에 신청할 수 있다. 독일은 근로자가 코로나19 확진으로 출근을 못 하면 고용주가 6주 동안 임금을 지급하고, 6주 이후부터는 건강보험에서 병가 수당을 지급한다.
외국 사례 등에 비춰 국내에서도 격리로 인해 생활고를 겪는 취약 계층에 맞춤형 지원을 하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됐을 때 생계가 어려워지는 분들에게는 생활지원비가 꼭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지원금을 주지 않아도 격리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계가 어려운 사람에게 선별 지급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세종=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