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인수위’의 면면은 ‘이·서·남’(이명박정부·서울대·남성)으로 요약된다.
‘경륜’과 ‘실력’을 우선시하겠다는 인사원칙이 반영된 결과다. 그러나 남성과 서울대 출신들이 주류를 형성하면서 다양성은 실종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17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체 인수위원 선정이 끝났다”며 “명단을 보면 아시겠지만 해당 분야 전문성 위주로 해서 인선을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정부 5년의 국정운영 밑그림을 그릴 인수위 주요 인사는 27명으로 구성됐다. 지도부에는 안 위원장과 권영세 부위원장, 원희룡 기획위원장이 포진했다.
인수위원 24인은 정치인과 전직 관료·교수 등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들로 선정됐다.
‘이명박(MB) 정부’에서 활동했던 경력을 가진 인사 9명이 ‘윤석열 인수위’에 이름을 올린 점은 대표적 특징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정부가 내세웠던 중도·실용주의 노선을 윤석열정부가 채택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외교안보 분과는 이명박정부 출신들로 채워졌다. 간사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MB정부 외교통상부 2차관 출신이다. 또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MB정부 청와대에서 대외전략기획관을 맡아 외교안보 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중장도 MB정부 청와대에서 안보정책담당관을 지냈다.
경제1 분과 간사인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명박정부 인수위 경제1 분과 실무위원 출신이다. 과학기술교육 분과에 이름을 올린 김창경 한양대 창의융합교육원 교수는 MB정부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교육과학기술부 2차관 등을 역임했다. 사회복지문화 분과에 속한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MB정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경력이 있다.
이명박정부와 인연이 있는 정치인들도 ‘윤석열 인수위’에 합류했다. 원희룡 기획위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여당이었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사무총장과 최고위원을 지냈다. 기획조정 분과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명박정부 청와대에서 경제금융비서관을 지냈다. 같은 분과에 속한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청와대 연설기록비서관 경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정부 인사들은 인수위 특별고문에도 포진했다. 임태희 특별고문은 이명박정부에서 대통령실장·고용노동부 장관 등을 지낸 실세였다. 이동관 특별고문은 청와대 대변인·홍보수석을 역임하면서 ‘MB의 입’으로 불렸다. 윤진식 특별고문도 이 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받으면서 청와대 경제수석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MB계 사람이 많다는 사실이 언론에 지적되면 결코 인수위에 좋을 게 없다”면서 “정파성과 지역성이 눈에 띄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못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출신들이 '윤석열 인수위'에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특징이다. 서울대 출신이 27명 중 16명(59.3%)에 달했다. 윤 당선인도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연세대와 고려대 출신이 각각 2명으로 뒤를 이었다.
남녀의 불균형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성은 27명 중 4명에 불과하다. 여성은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를 맡은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과 정무사법행정 분과의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사회복지문화 분과의 백경란 성균관대 의대 교수, 대변인을 맡은 신용현 전 의원이 전부다. 남성은 23명(85.2%)으로 압도적 비율을 차지했다.
평균 연령은 57세로, 50대가 주축이었다. 과학기술교육 분과 간사를 맡은 박성중(64) 국민의힘 의원이 최고령이고, 이 분과의 남기태(45)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가 최연소다. 여성과 청년 인사를 발탁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신율 명지대 정외과 교수는 "다양성을 구현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녹이는 것도 실력인 만큼 지금의 인수위 인적 구성은 바람직하지 않은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으로는 권영세 부위원장 등 서울 출신이 13명(48.2%)으로 가장 많았다. 안철수 위원장 등 부산·경남(PK) 출신이 5명, 추경호 의원 등 대구·경북(TK) 인사가 3명이었다. 호남 인사는 전북 출신으로, 정무사법행정 분과 간사를 맡은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이 유일했다.
현역 의원은 권 부위원장을 포함해 7명이었다. 또 분과별 간사 7명 중 4명이 현역 의원이었다. 앞으로 여당이 될 국민의힘과의 원활한 정책 협의를 위해 현역 의원들이 인수위에 기용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상헌 손재호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