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 뒤 더뎌진 수사 속도… 尹 ‘책임 수사제’ 해법 될까

입력 2022-03-18 04:04
연합뉴스TV 제공

사법분야 공약 골자를 ‘검찰 권한 복원’으로 내건 윤석열 후보의 대통령 당선 이후 검경 수사권 재조정 가능성도 부각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형사 고소·고발 사건 처리가 지연된 점을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사건의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고, 수사 범위가 제한되면서 실체 규명에도 한계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수사권 조정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사건 처리가 느리다”며 “경찰 수사 인력은 아직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월 1일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6대(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제외한 상당수 범죄에 대한 1차 수사는 경찰의 몫이 됐다. 검찰은 송치된 사건에 대한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한다. 이런 영향으로 고소·고발 사건의 처리 기간이 이전보다 늘어나게 됐다. 대검찰청의 ‘개정 형사제도 시행 1년 검찰 업무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한 사건 관계인의 이의신청으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경우는 2만5000여건에 달했다. 검찰은 이 중 7508건(30%)에 대해 보완 수사를 요구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경찰 수사 인력과 역량 부족으로 만약 혐의가 있는 사건이 무혐의로 끝나게 된다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경찰의 1차 수사 종결권 자체를 우려했다.

이러한 검경 수사권 조정의 부작용에 대해 윤 당선인은 ‘책임 수사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경찰이 사건을 송치하면 검찰이 별도의 보완 수사를 요구하지 않고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를 확대하는 방법으로 사건 처리에 신속을 기하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여밖에 안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조정이 있더라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법조계 원로 교수는 “검찰의 수사 경험이 축적된 특수수사 분야에 한해서만 검찰 권한이 현행보다 복원될 필요가 있다”며 “과도기에 급격한 재조정은 또 다른 시행착오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형사 고소·고발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것도 무조건 문제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 교수는 “미국 일본 등은 우리보다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별건 수사, 저인망 수사가 아닌 단계적인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게 사법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충남 아산 경찰대학에서 열린 신임경찰 경위·경감 임용식에서 “경찰과 검찰 사이에서 국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이중 조사가 줄어들고 한 해 46만명에 이르는 국민이 피의자라는 굴레에서 신속히 벗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 된 이후의 국민적 편익을 강조한 것으로 수사권 재조정 움직임에 견제구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