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범위 긴축·불확실성 해소… 美 돈줄 조였지만 증시 급반등

입력 2022-03-18 04:04
코스피지수가 1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도 전 거래일보다 35.28포인트(1.33%) 오른 2694.51에 장을 마쳤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2년 만에 20원 넘는 하락폭을 기록하면서 1214.3원에 거래를 마쳤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주요 지수가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제히 반등했다. 긴축 범위와 강도가 시장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스케줄에 따라 전 세계 긴축 랠리가 시작되면 한국 경제도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

코스피지수는 17일 전날보다 1.33% 오른 2694.51로 장을 마감했다. 8거래일 연속 코스피에서 이탈하던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외국인은 이날 4629억원, 기관은 2487억원을 순매수했다. 코스닥은 하루 만에 2.5% 오른 914.13에 장을 마쳤다.

국내 시장에서 자금 유출세가 진정되며 치솟던 달러 가격도 급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1.40원 급락한 1214.3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 증시도 전날(현지시간) 연준 결정 직후 호조를 보였다. 긴축 우려에 짓눌려있던 빅테크 기업들이 대거 반등하며 나스닥종합지수는 3.77% 급등했다. S&P500(2.24%)과 다우지수(1.55%)도 나란히 올랐다.


자본시장에선 연준의 긴축을 위험 시그널이 아니라 불확실성 감소로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년 만에 0.25%포인트 올리고 올해 6차례 가량 추가로 인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 우려하던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은 없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발언 역시 시장의 경계심을 덜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와 경기 연착륙의 자신감을 동시에 강조했다”며 “주요국의 경기 확장과 기업이익 증가, 인플레이션 급등세 진정으로 위험자산에 우호적 환경이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 인상으로 실제 자금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면 실물 경제는 적지 않은 부담을 떠안게 된다. 당장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좁혀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준은 올해 말 적정 금리로 1.75~2.0%를 제시했다. 한국의 기준금리(1.25%)를 훌쩍 넘는다. 양국 기준금리 차이가 줄거나 역전되면 투자금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

한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리더라도 어려움은 남게 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미국 금리인상의 한국경제 영향과 시사점’을 통해 국내 금리가 오를 경우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단기 국채금리가 미국 금리 상승폭을 따라가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액이 1년에 39조7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봤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 부담은 340만원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이날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과거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경험과 현재 금융시장 여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대외신인도 등을 감안할 때 국내 금융시장이 받을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