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패배 이후 더불어민주당에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를 놓고 당내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을 향한 사퇴 요구는 현재진행형이고, 채이배 비대위원의 ‘문재인 대통령 반성문’ 발언을 두고는 당내에서 ‘망언’이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윤 위원장은 17일 초·재선 의원들과 잇따라 간담회를 여는 등 갈등 진화에 진땀을 빼는 모습이다.
문재인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민병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채이배의 망언은 참기 어렵다”며 “내용도 품위도 예의도 없는 정돈되지 않는 주장들이 비대위원의 이름으로 튀어나오는 걸 언제까지 방치할 것이냐”고 공개 비판했다.
민 의원이 문제 삼은 것은 채 위원의 16일 언론 인터뷰 발언이다. 채 위원은 문 대통령을 향해 “강성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마지막 사과 기회를 놓쳤다”며 “퇴임사에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일제히 채 위원 비판에 가세했다. 윤건영·김영배·한병도 의원 등 14명은 “뼈저린 반성은 남 탓에서 나올 수 없다”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게 채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냐”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의견은 엇갈린다. 한 중진 의원은 “비대위원이 반성과 쇄신의 의미에서 그 정도 발언은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비대위원 발언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성급하게 나오는 면이 있다”고 했다.
채 위원은 오후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청와대 출신 의원들의 비판에 대해 “이렇게까지 집단적으로 하는 건 저도 좀 섭섭하다”며 “반성과 사과에는 특별한 금기가 없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당내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이재명 전 경기지사 측근으로 꼽히는 김병욱 의원은 대선 평가를 두고 박용진 의원과 충돌했다.
박 의원은 16일 “이재명 후보가 얻은 득표율 47.83%는 전체 유권자 분모로 환산하면 36.88%”라며 “문 대통령 대선 직전 국정 지지율 43.9%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대선 당시 투표하지 않은 국민은 모두 윤석열을 지지했단 말이냐. 어디서 이런 계산법을 들고 나오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윤 위원장은 당내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초·재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견 수렴에 나섰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윤 위원장과 재선 의원 간 간담회 직후 기자들을 만나 “윤 위원장은 몇 가지 절차와 과정상 조금 미흡했던 점은 인정을 했고, 그러나 그것은 지금 비대위가 갖는 특성 때문에 긴급하게 구성됐다는 배경을 설명했다”고 전했다.
초선 의원 모임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간담회 직후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윤 위원장이) 직을 계속 맡는 게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 부분적으로 있었고, 의원총회에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 과정에 대한 문제 제기가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