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 투자… 무너진 선발 세우고 화력 보강

입력 2022-03-18 04:06
KIA 타이거즈는 지난해 9위로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맷 윌리엄스 감독 2년차를 맞아 ‘닥공’(닥치고 공격) 야구로 포스트시즌 진출을 천명했지만, 메이저리그(MLB)로 떠난 에이스 양현종의 부재와 중심타선 동반 부진 여파 속에 시즌 중반 이후 무너졌다. 신임 김종국 감독 부임과 함께 KIA 프런트는 스토브리그 최대어 나성범을 영입하고 양현종을 컴백시키는 데 253억을 통 크게 투자하며 ‘V12’를 향한 명가 재건에 착수했다.

양현종

‘대투수’ 양현종이 돌아온 마운드는 이번 시즌 5강 이상을 노리는 KIA의 최대 동력이다. 애런 브룩스와 다니엘 멩덴이 불미스런 사건과 부상으로 연이어 이탈하면서 이의리와 임기영 등이 고군분투했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MLB와 일본 야구를 두루 경험한 베테랑 션 놀린, 1996년생으로 빠른 공이 장점인 로니 윌리엄스가 1선발 양현종과 함께 중심을 잡아주길 기대하고 있다.

4, 5선발로 예정됐던 ‘신인왕’ 이의리와 임기영이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이의리가 먼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19일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 5선발 경쟁에선 군 전역 이후 제구를 개선한 파이어볼러 한승혁이 올해 스트라이크존 확대의 수혜자로 떠오르며 앞서나가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선발진 붕괴의 연쇄 반응은 불펜진에도 몰아쳤다. 대체 선발로 이민우 등 많은 선수가 시험대에 오르며 혼란스러운 가운데 전체적으로 뒷문도 안정을 찾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장현식과 정해영이 경기 막판을 책임지며 필승조로 자리 잡았지만 ‘또현식’ ‘또해영’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혹사 우려가 제기됐다. 리그 홀드왕 장현식과 최연소 30세이브 마무리 정해영이 버티는 8, 9회까지 마운드를 이어줄 젊은 계투진의 분발이 필수적이다.

최지민

이 때문에 올해 2차 1라운드 5순위로 입단한 신예 좌완 최지민의 호투가 캠프와 시범경기 초반 주목받고 있다. 최지민은 연습경기에서 5차례 등판해 탈삼진 11개를 잡아내는 동안 피안타 단 2개로 무실점 투구를 펼쳤다. 시범경기에서도 쾌투를 이어가자 김 감독은 “우리 팀 비밀병기”라며 기를 세워줬다. 프로 2년차를 맞이하는 이의리와 루키 최지민이 선발과 불펜에서 한 축을 담당해준다면 KIA 마운드는 작년에 비해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김도영

투수 쪽에 최지민이 있다면 타자 쪽에는 시범경기 최대 히트상품 김도영이 있다. 1차 지명 신인으로 ‘제2의 이종범’으로 기대받는 신예 김도영은 17일 KT 위즈와 시범경기에서도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최종 목표는 신인왕”이라는 당찬 각오처럼 시범경기 5할이 넘는 맹타를 휘둘러 개막 엔트리 진입이 확실시된다.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버티는 상황에서 김도영의 자리 확보를 위해 코칭스태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데뷔 첫해부터 리드오프 자리를 꿰차준다면 군에 입대한 1번 타자 최원준의 공백을 메우는 효과도 기대된다.

나성범

KIA 타선의 키포인트는 FA로 고향팀에 입성한 150억 타자 나성범의 활약과 더불어 지난해 부진했던 최형우-나지완 클린업 듀오의 부활이다. 2020년 최형우와 프레스턴 터커를 중심으로 팀 홈런 130개를 기록했던 KIA 중심타선은 지난 시즌 리그 최소 홈런(66개)으로 급락했다. “3할 30홈런 100타점도 좋지만 계약기간 내에 V12를 달성하고 싶다”며 우승을 목표로 밝힌 거포 나성범이 3번 또는 4번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는 가정하에 최형우와 나지완의 반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원준이 빠진 중견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소크라테스 브리토도 견고한 수비 이상으로 타선에 힘을 불어 넣어줄 필요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선 파워보다 컨택에 장점이 있는 유형으로 분류됐지만 KBO리그에선 공·수·주를 두루 갖춘 중장거리형 센터 외야수로 활약하리라는 기대로 영입됐다.

현장이나 팬들 모두 약점으로 꼽아온 포지션은 사실 안방이다. 스토브리그 기간 뚜렷한 보강이 없었기에 기존 주전 김민식 한승택의 분발이 요구되는 가운데 공격재능으로 더 주목받는 권혁경과 신범수, 이정훈 등 젊은 포수들의 ‘낭중지추’가 절실하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