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최저임금·중대재해법… 尹 정부서 정말 손볼까

입력 2022-03-18 04:04

“비현실적인 제도들은 다 철폐해나가도록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1월 중소기업인들에게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 근로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이처럼 현 정부 기조와는 대척점에 선 듯한 노동관을 반복해서 내비쳐 취임 이후 정부 노동정책에도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당장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등에 어떤 변화가, 어느 강도로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국민일보는 17일 당선인 공약집과 후보 시절 발언을 종합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었다.


공약집 노동공약의 핵심은 노동시간 유연화다. 주 52시간제 후퇴·폐지 논란도 이 연장선에 있다. 당선인은 지난달 3일 후보 토론회에서 “주 52시간 폐지를 말한 적 없다”며 “노사 합의를 통해 유연하게 정하게 해달라는 중소기업계 요청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먼저 당선인은 현행 1~3개월인 선택적 근로시간제 정산기간을 1년 이내로 확대한다고 공약했다. 독일에서 시행 중인 ‘근로시간저축계좌’를 연 단위로 도입한다는 약속도 했다. 초과근로시간을 수당 대신 장기휴가로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둘 모두 짧은 기간에 일을 몰아서 할 수 있게 하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

노무법인 사람과산재 유연주 노무사는 “지금도 초과근무 수당조차 지급 안되는 회사가 많다. 포괄임금제가 불법인데도 다수 기업에 쓰인다. 대기업을 빼면 연차 쓰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현실에 추가근무를 저축했다가 쉬게 하는 건 맞지 않다. 1년 단위로 기간을 늘린다면 52시간제 자체가 무력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한 건 최저임금제 후퇴다. 다른 공약의 경우 국회가 법을 개정해야 하지만 최저임금의 경우 정권 의지로 충분히 밀어붙일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교수는 “최저임금 후퇴는 최저임금위원회 결정만으로 가능하다. 정권이 마음먹고 추진하면 저지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여성이 출산·육아로 풀타임 정규직 근무가 어렵다는 이유로 ‘시간선택형 정규직’을 도입한다고 약속했다. 또 육아휴직 기간을 1년 6개월로 확대하고 육아 재택 근무를 도입한다고도 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 시간제 일자리가 필요한 건 가임·육아기 일부 구간”이라며 “제도화하면 해당 일자리에 고착되는 현상이 생긴다. 영국에서 여성 고용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가 있다”고 했다. 여성의 육아 부담이 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지금도 육아휴직을 여성만 쓰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기간만 확대하고 육아 재택을 도입하면 ‘독박육아’ 현상이 심화된다”고 걱정했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선 공약집에 별도로 언급되진 않았다. 다만 윤 당선인은 중대재해법 일부 조항 수정 내지 보완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은 수차례 했다. 이 법은 지난 1월 시행돼 적용 초기 단계다.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실제 잘 적용될지 확인된 바도 없고 검증도 안됐다”면서 “제 기능을 하는지 지켜봐야 하는데 벌써 거론하는 내용 자체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근로장려세제(EITC) 적용 대상과 액수를 늘린다고도 했다. 저소득 노동자에게 세금을 줄여주는 정책이지만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이 교수는 “취지와 달리 저임금 일자리를 당사자가 벗어나지 않으려 하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