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기후 위기 극복 위해 대중교육운동의 모판 마련해야”

입력 2022-03-18 03:01
세계교회협의회 중앙위원 배현주 전 부산장신대 교수가 17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기장 기후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사진=신석현

“매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발표되고 시민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만큼 오늘 우리의 생활권에 얼마나 많은 탄소가 배출됐으며, 몇 그루의 나무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실시간 생태 뉴스로 알려야 하는 시대입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 중앙위원 배현주 전 부산장신대 교수는 17일 서울 강북구 한신대 신대원에서 열린 ‘기장 기후포럼’의 기조발제자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포럼은 기후 위기의 시대에 교회와 성도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실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총회장 김은경 목사) 기후포럼준비위원회가 마련했다.

배 전 교수는 “기술·과학만능주의를 바탕으로 한 인류의 지속적 생태계 파괴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고 그 결과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 위기를 ‘자연을 겨냥한 제3차 세계대전’이라고 소개한 그는 “코로나 팬데믹과 기후 위기는 인류가 더 절박하게 연대해야 할 이유”라며 “이를 위한 연대는 경쟁이 아니라 겸손과 보완의 영성을 통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교회와 사회를 포괄하는 시대적 과제에 대해 배 전 교수는 ‘패러다임의 전환’과 ‘그린 엑소더스를 위한 대각성 운동’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공생공락(共生共樂) 하는 마을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교회는 ‘공교회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깨우침과 실천이 이뤄질 수 있는 대중교육운동의 모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장은 지난해 9월 열린 제106회 총회에서 ‘기후 위기 극복과 창조세계 보전을 위한 한국기독교장로회 탄소중립 선언’을 채택했다. 김은경 총회장은 “하나님께서는 피조 세계의 생명체들이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도록 하셨는데 인간은 그동안 생태계의 주인인 양 경제적 가치에 매몰돼 파괴를 일삼아 왔다”고 꼬집었다. 이어 “교단 산하 생태공동체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목회 현장에서도 기후 위기에 대응해 적극적으로 회복을 향한 활동을 접목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며 “모든 일에 작은 실천이 중요하듯 성도들 각자가 환경윤리를 되새기고 자신의 생활양식과 소비습관을 점검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럼에서는 그동안 교단 내 생태계 회복 운동의 주춧돌이 돼준 남·여신도회전국연합회, 농어민선교목회자연합회, 청년회전국연합회 주요 실무자들이 발제자로 나서 생태운동 사역의 현재와 미래를 짚었다.

천민우 농어민선교목회자연합회 총무는 “지역 내에서 한목소리로 개발에 반대하며 생태계 보호를 외치던 사람들이 ‘보상금 논의’가 시작되면 다툼과 분쟁으로 얼룩져 공동체가 깨지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가축분뇨 바이오 가스를 도시가스로 변환해 주민 수익을 현실화하고 마을환경 개선을 이뤘던 강원도 홍천 친환경에너지타운 사례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농어촌 지역에서 상생을 위해 다양한 연구를 펼치다 보면 님비(NIMBY·시설이 들어섰을 때 여러 위해적 요소로 자신의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 현상) 문제를 해소하고 생태계도 보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