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 설교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화종부(61) 남서울교회 목사가 성도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연약함을 실패로 생각하지 말고 그것이 하나님의 크심을 보여주는 통로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은혜를 받으면 무조건 잘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우리 자신이 영화롭고 존귀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복음의 정수다.
화 목사는 인생 속에서 이 진리를 깨달았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교회에서 만난 그는 어린 시절 자신이 급한 성격에 싸움도 잘하던 다혈질 소년이었다고 회상했다. 대학생 때는 자신의 불완전한 모습과 군부독재 시절 희망이 없어 보이는 조국을 보며 좌절도 경험했다. 목회자가 된 후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았다. “목회자의 소명을 받고도 10년간은 ‘하나님께서 나를 잘못 선택하신 게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나 같은 ‘불량품’을 주님의 종으로 불러주신 그 은혜에 대한 감격이 나를 목회자로 살게 했고 그 사랑을 전하게 했죠.”
그는 1981년 네덜란드 수상이자 신학자였던 아브라함 카이퍼 같은 기독 정치인을 꿈꾸며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서울 내수동교회 대학부에서 신앙생활을 하다가 여름 수련회 때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목회자가 되기로 했다. 85년 총신대 신대원에 입학해 내수동교회에서 사역한 뒤 93년부터 영국 에든버러대에서 교회사를 공부했다.
“영국 옥스퍼드한인교회에서 목회할 때 잡지 ‘목회와신학’에서 메가처치를 훌륭하게 이끌어갔던 릭 워런 목사님에 대한 기사를 읽었어요. 당시 성도 80명도 안 되는 작은 교회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저는 워런 목사님과 저의 모습이 ‘대기업 총수와 구멍가게 주인’ 같아 울면서 기도했죠. 그때 하나님께서 집 앞의 조그만 구멍가게가 얼마나 요긴하게 쓰임 받는지 말씀해 주셨고 그 후로 저는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2000년 부임한 서울 제자들교회에서도 그는 이 진리를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2012년 소위 ‘강남 3구’에 속한 남서울교회로 사역지를 옮겼을 때는 ‘낮은 곳, 돌아가는 길도 감사하며 살라고 가르칠 땐 언제고 살길 찾아 큰 교회로 간다’는 비판도 받았다.
“남서울교회 전에 왔던 모든 청빙은 다 거절했습니다. 제자들교회 성도들과 정을 붙이고 목회하던 참이었거든요. 그런데 남서울교회에서 오신 장로님이 ‘청빙 2순위는 없다’면서 온 교회가 오직 저를 염두에 두고 기도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난생처음 만난 그분의 말에 흔들렸어요. 하나님께서 ‘젊어서는 스스로 띠 띠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거니와 늙어서는 네 팔을 벌리리니 남이 네게 띠 띠우고 원하지 아니하는 곳으로 데려가리라’는 요한복음 말씀을 생각나게 하시더군요.”
남서울교회에서도 설교의 중심은 변하지 않았다. 높은 학벌과 신분, 경제력을 갖춘 성도들에게 그가 처음 한 설교는 ‘좋은 직장 다니고 결혼 잘하고 자녀가 공부 잘한다고 행복하십니까’였다. 마음속에 예수님이 없다면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행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설교를 듣고 마음에 갈급함이 있던 많은 성도가 눈물을 흘리며 그를 찾아왔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알아듣는 성도들이 있다는 것이 그에게 큰 위로가 됐다.
설교로 성도들에게 도전을 주는 그도 매 주일 예배가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신대원생이던 20대부터 40대 중반까지 설교 준비로 고생했다. 토요일에 결혼식 주례라도 맡게 되면 설교를 준비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였다. 그는 “예수님을 영접한 것이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성경 복음 교회 등에 대한 기본 이해가 많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했다”며 “당시에 설교 한 편을 쓰는데 20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힘든 설교에 끊임없이 매진한 이유는 기독교가 말씀의 종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귀로 들어서 믿음이 나오고 그것이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듣지 않으면 바뀌지 않습니다. 세상 속에 사는 성도들은 세상의 가치관에 익숙할 수밖에 없죠. 주일 하루라도 성도들이 올바른 복음을 듣게 하는 것이 목회자의 역할입니다.”
그는 지금도 설교 준비를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새벽기도를 마친 후 아침 도시락을 먹고 책상에 앉아 설교문 작성에 집중한다. 그는 설교가 설교자의 주관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인 참고주석을 선택하고 연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교자가 성경을 이용해 자신의 주관을 성도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좋은 설교가 아닙니다. 본문을 정직하게 연구하고 혼신을 다한 몸부림이 수반되면 성도들을 위한 적용점이 나옵니다. 한국교회가 복을 비는 샤머니즘 종교에서 벗어나 성도들에게 마음의 부요를 가르치는 메시지를 더 많이 전파하길 소망합니다. 사도행전 2장 말씀처럼 급하고 강한 성령의 바람이 한국교회의 체질을 바꿔놓을 것입니다.”
글·사진=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