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회동이 결렬된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공석인 감사원 감사위원 2명에 대한 인선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감사위원 인사권을 두고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동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인수위 사정에 밝은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청와대가 감사위원 ‘알박기’ 인사를 통해 새 정부 국정 운영에 발목잡기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면서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 9일 끝나기 때문에 청와대는 후임 감사위원 2명 인선과 관련해 ‘윤석열 인수위’와 협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위원회는 모두 7명으로 구성된다. 의장을 겸하는 감사원장과 6명의 감사위원이 멤버다. 감사위원회는 감사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국가 정책 등에 대한 감사 계획 등 중요 사안들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통해 결정된다. 감사위원회는 구성원 7명 중 4명의 찬성으로 의결이 이뤄진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3월 임기를 시작했던 손창동·강민아 전 감사위원이 4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 6일 모두 퇴임했다. 이 두 감사위원의 후임 인선을 놓고 다툼이 빚어진 것이다.
특히 임기가 남아 있는 감사위원 4명 중 2명이 ‘친민주당’ 성향 인사로 분류되는 것이 문제로 떠올랐다.
김인회 감사위원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으로, 노무현정부 시민사회비서관을 지냈다. 2011년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검찰을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공동 저술하기도 했다.
임찬우 감사위원 또한 2017년 이낙연 국무총리실 국무조정실 국정운영실장을 지냈다.
현재 2명의 감사위원이 친민주당 색채가 뚜렷한 상황에서 청와대가 공석인 감사위원 두 자리에 친민주당 성향의 인사들을 임명할 경우 감사위원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감사위원 4명을 확보하게 된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우려다.
이와 관련해 윤호중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 불발과 관련해 “(윤 당선인 측의) 대단히 무례함이 있었고, 점령군 행세하는 모습 때문에 불발된 것 아닌가 본다”고 말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긴밀하고 지속적으로 소통과 조율 작업이 (청와대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감사원 감사위원 인사권을 놓고 청와대와 당선인 측이 어떤 타협점을 찾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양측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할 경우 신권력과 구권력 간 충돌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이가현 박세환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