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점령할 계획이 없으며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를 놓고 협상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점령에 실패하고 수많은 사상자와 엄청난 무기 손실이 잇따르자 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수순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전범’으로 규정하며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재블린, 지대공 스팅어 등 휴대용 미사일과 함께 자살폭격용 드론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섰다.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서방의 경제 제재로 어려움에 부닥친 지방정부 지원책 논의를 위한 화상회의에서 “키이우(키예프)와 다른 도시들에 러시아군이 등장한 것은 우크라이나를 점령하기 위한 게 아니다”며 “우리에겐 그러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중립국 지위와 탈군사화 및 탈나치화 문제에 대해 협상 과정에서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또 “러시아군이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영토에서만 행동했더라면 위협을 근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사전계획에 따라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주민 피해를 피하려고 최선을 다한다”고 강변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불가입 및 중립국화와 함께 돈바스 지역(도네츠크·루간스크)을 차지하면 전쟁을 끝내겠다는 심산으로 여겨진다.
실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4차 협상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감축과 러시아군의 철수,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평화안을 논의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은 양측 협상 대표단이 15개항으로 구성된 평화안을 준비 중이라며 이같이 전했다.
평화 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 외국 군사기지 유치 및 무기 배치 불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의 군대 보유를 허용하되 무장 수준에 제한을 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반대급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즉각 철군하다는 것이다.
가장 큰 쟁점은 중립국 지위 보장 문제로, 러시아는 스웨덴·핀란드식 중립국화를 주장하는 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측의 주장을 거부하면서 나토 대신 미·영·터키 등이 우크라이나 안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형태의 중립국화를 내세우고 있다.
미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미군의 자살공격용 드론을 비롯해 8억 달러에 이르는 대공 무기와 군사장비를 추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스스로를 지키고 싸울 수 있는 무기를 지원할 것”이라며 “그들이 자유와 민주를 위해 싸우는 것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은 9000기의 대전차 미사일과 7000정의 총기류 등을 추가 공급할 계획이다. 바이든 대통령 말대로 무기 추가 공급이 이뤄지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규모는 이번 주만 10억 달러에 달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설 이후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을 가리켜 “전범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A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언급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내놓은 가장 강력한 규탄”이라고 평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