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6일(현지시간)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제로금리 시대가 공식 끝났다. 연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도 크게 높이고, 올 연말쯤에는 금리가 1.9%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번 0.25% 수준의 금리를 인상했을 때 최소 6번의 상승이 있어야 가능한 수치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낸 성명에서 현재 0.00~0.25%인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져 인플레이션이 올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인플레이션에 추가적 상승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불확실하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돌아가는 데 기존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마지막 금리 인상은 2018년 12월이었다. 2019년 7월부터 다시 금리를 내렸고, 2020년 3월부터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제로 금리 상태를 유지했다.
연준이 공개한 금리인상 점도표를 보면 FOMC 위원들은 올해 말 금리 수준을 1.875%로 예상했다. 올해 남은 6번의 FOMC 회의 때 매번 0.25% 포인트씩 인상해야 가능하다. 연준은 금리가 2023년 말 약 2.75%로 상승하고, 2024년에는 이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존 금리 인상 전망보다 훨씬 빠른 속도”라며 “연준이 17차례나 금리를 인상한 2004~2006년 시기와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0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에 맞서기 위한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서방 동맹의 대러 제재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상승 우려가 연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봉쇄 조치가 시작된 중국 영향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됐다. 중국의 봉쇄는 공급망 병목 현상을 다시 악화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이에 따라 9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 대차대조표 축소 계획을 조만간 발표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FOMC는 “다음 회의에서 국채와 기관 부채, 주택저당증권(MBS)을 줄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파월 의장도 “이르면 5월부터 자산 축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양적긴축) 프레임워크는 지난번보다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채권 매입으로 비대해진 연준 자산을 줄이는 양적 긴축(Quantitative Tightening·QT)을 상반기 시작하고, 긴축 규모도 높인다는 의미다. 직접 시장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강력한 통화 정책이 시행되는 셈이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