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한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도망자가 된 한 인간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지점은 도망가는 사람이 평범한 보통 사람이 아닌 위대한 선지자 엘리야라는 것입니다. 그는 어쩌다 도망자 신세가 됐을까요.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선지자 450명과 대결해 통쾌한 승리를 거둔 사람입니다. 위대하신 하나님의 능력으로 기적의 역사를 이룬 인물이 자신을 죽이겠다고 달려오는 권력 앞에서 나약한 존재가 돼버린 겁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기적 앞에서 아합과 이세벨 등 세상의 권력자들이 무릎을 꿇을 거라고 여겼습니다. 백기를 들고 투항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웬걸 이세벨은 더 악독하게 엘리야를 죽이겠다고 달려들었습니다. 엘리야는 하나님의 놀라운 권능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세상과 권력을 보고 좌절했고 절망했습니다. 기적만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던 엘리야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그는 모든 의욕을 잃고 실의에 빠져 도망친 것입니다.
엘리야는 브엘세바를 거쳐 40일 밤낮을 걸어서 하나님의 산 호렙산에 도착합니다. 그때 동굴에 숨어있는 엘리야를 하나님이 찾으십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그러나 대답하는 엘리야의 태도가 공손하지 못합니다. 악한 자들을 두고만 보시는 하나님이 너무 이해가 안 됐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하나님은 엘리야 앞에 자신을 드러냈습니다. 강하고 세찬 바람이 산을 가르고 바위를 부수면서 닥쳐왔고 바람 후에는 엄청난 지진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지진 후에는 불까지 타올랐습니다. 엘리야는 바람과 지진과 불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찾았습니다. 그러나 엘리야는 바람과 지진, 그리고 불이라는 그 놀라운 이적 가운데에서 하나님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은 그 놀라운 이적이 아니라 너무도 미세한 음성으로 엘리야를 다시 찾았습니다. “엘리야야,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엘리야는 미세한 음성으로 말씀하시는 하나님을 뜻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백성들이 주의 제단을 헐고 선지자들을 다 죽이고 이제는 저까지 죽이려 합니다.” 엘리야의 대답 속에는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잔뜩 묻어있습니다. 왜 그런 악한 자들을 그냥 보고만 있으시냐고, 왜 지금 당장 못된 자들을 요절내지 않느냐고 항변한 겁니다. 그런 엘리야를 보고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엘리야야, 네가 왜 이곳에 있느냐? 네 길을 돌이켜라. 네 길을 돌이켜서 네가 일해야 할 그곳으로 가라. 고난의 광야를 지나 네가 일할 곳에 가서 내가 명하는 일을 하라.” 하나님은 엘리야에게 세상과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크고 강한 기적이 아니라 미세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면서 엘리야에게 새 힘을 부어 주셨습니다.
하나님은 기적이나 이적, 대단한 업적이나 성공, 놀라운 신유의 역사, 웅장하고 으리으리한 성전, 수많은 성도가 모이는 대형교회 속에서 하나님을 찾고 있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네가 어찌하여 여기 있느냐?”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있어야 할 곳은 크고 작고를 떠나서,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 주신 사역의 현장입니다. 그 사역의 현장에서 맡은바 사역을 잘 감당하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십니다. 오늘도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작고 낮은 모습으로 사명을 잘 감당하는 성도님들 되기를 축복합니다.
박성헌 하늘소리교회 목사
◇하늘소리교회는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에서 공부한 박성헌 목사가 초등학교 교장 퇴직 후 개척한 교회다. 국제독립교회연합회에 소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