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과 사진이라는 두 언어로 다면적 감각을 전하는 사진작가 구본숙이 개인전을 연다. 오는 24~31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갤러리 수애뇨339에서 개최하는 전시회 ‘카니발’(포스터)은 작곡가 슈만의 ‘카니발’ Op.9를 사진으로 풀어냈다.
구 작가는 ‘일상의 전복’이라는 카니발(사육제)의 의미에 대응하는 우리 고유의 문화 코드로 색동에 주목했다. 평소 고위층과 기생한테만 허용되던 화려한 색동이 축제나 명절, 혼례 때는 누구에게나 허용됐다는 평등적 요소를 카니발과 연계한 뒤 음악으로 확장한 것이다. 사진들은 색동의 색상 배열이 갖는 규칙적 반복성에 따르는 안정감을 지녔다. 채도가 높은 순색을 같은 간격으로 배치함으로써 경쾌하고 선명하며 명랑한 정서를 자아낸다.
슈만의 ‘카니발’은 ‘4개의 음을 바탕으로 한 작은 정경들’이란 부제를 가진 피아노 독주곡으로 소곡(小曲) 20개로 구성돼 있다. 소곡에는 각각의 제목이 붙어 있다. 사진전은 ‘카니발’ 소곡 20개의 순서대로 흘러가며, 강지은 김규연 김태형 박상욱 이효주 정다솔 정지원 조재혁 등 국내 피아니스트 8명이 모델로 참여했다. 김태형은 전시회 첫날 슈만의 ‘카니발’을 연주한다.
구 작가는 “‘특별한 날에 착용하는 색동을 온갖 성격의 인간 군상에 적용해 표현한다면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라는 생각으로 이번 전시의 시작점이자 주제를 잡았다”면서 “색동의 색채가 조울증 상태의 슈만이 쓴 환상적인 곡과 어울릴 것”이라고 전했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