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혼자보다는 둘, 셋

입력 2022-03-18 04:06

작년 봄부터 참여하는 글쓰기 모임이 있다. 한 달에 보름 정도씩 기간과 주제를 정해놓고, 자정 전에 인증 글을 올리는 ‘글쓰기 도전’ 모임이다. 요즘 유행하는 여느 챌린지 모임과 형식은 유사하다. 다만 이 모임에서는 인증 글을 안 쓴다고 타박하는 이가 없고, 본인 글보다 다른 이의 글에 더 열심히 공들여 댓글을 남기는 이도 있다. 분량과 형식도 자유로워 다양한 글을 읽는 묘미도 있다. 강제력 있는 모임이 아니기에 참여자들은 매달 도전이 끝날 때마다 다음 모임에 참여할 것인지 결정한다. 나는 지금까지 남아 도전을 이어가는 중이다.

모임 초기에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내 일상을 글로 공유하는 것이 조금 낯설었다. 문장마다 긴장감이 묻어 있었고, 낯가림이 사라질 무렵 첫 번째 도전이 끝나버렸다. 그때 나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대부분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며칠 이상 밖에 나가지 않는 날도 많았고, 누군가를 만나거나 대화를 나눌 기회도 급격히 줄어들었다. 두 번째 도전에 참여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도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내가 글을 통해 어떤 말감을 던지고, 또 다른 참여자들이 그 말감에 응답하는 과정이 내게는 대화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글동무’라고 부르며 여전히 글과 일상을 나누고 있다. 계절이 변하면 그곳에서 피어난 꽃을 소개하고, 글을 읽다가 생각나는 노래가 있으면 추천하고, 좋은 책이 있으면 나누기도 한다. 또 결혼한 이를 축하하기도 하고, 이직과 가족의 부재를 경험한 이에게는 위로를 보내기도 한다. 일 년 전에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던 관계이다. 누군가가 나의 삶을 지켜봐 주는 것만으로 내 삶에 의미가 부여되고, 그 마음 덕분에 내일을 잘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힘을 얻기도 한다. 독서, 달리기, 요리 무엇이든 상관없다. 혼자보다 여럿이 모여 새로운 도전을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천주희 문화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