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수도자처럼 기도하는 삶으로의 초대

입력 2022-03-18 03:04
게티이미지뱅크

“나무들처럼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씁시다. 겨울 폭풍을 견뎌내지 못한 나무는 여름에 열매를 맺을 수 없습니다. 우리도 그러합니다. 지금은 폭풍의 계절입니다. 수많은 시련과 유혹을 견뎌낸 자만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테오도라 암마)

암마(amma)는 여성으로서 사막에 들어가 수도를 거쳐 성인 반열에 오른 사막 교모(Desert Mother)를 가리킨다. 압바(abba)는 남성인 사막 교부(Desert Father)를 지칭한다. 박해받던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된 이후, 가진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고 사막으로 들어가 적은 양식으로 자족하는 삶을 살며 기도에 전념한 이들이 사막 교부와 교모였다. 초기 기독교 도시 교회를 배경으로 활동하며 교리를 세웠던 일반 교부(Church Father)와 구분해 이렇게 불렀다.


책은 사막 교부와 교모들이 광야에서 말씀 그대로 실천하며 남겼던 아름다운 단편들을 이덕주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가 발췌해 번역하고 묶은 것이다. 감신대 은퇴 후 성경 쓰기와 오래 걷기를 통한 말씀 묵상에 주력하는 이 교수는 “목사로서 또한 목회자를 양성하는 신학교 교수로서 사역하다 은퇴한 내가 부끄러웠다”고 말한다.

코로나 이후 더 가중된 한국교회의 위기, 전쟁과 기근과 전염병이 한꺼번에 몰아닥치는 종말론적 상황에서 문 닫는 교회가 늘어나고 목회를 포기한 목사도 많은 현실 앞에서 느끼는 부끄러움이다. 2020년 이후 코로나 사태로 예정된 외부 집회 강연 강의 계획이 모두 취소되면서 평소 휴대전화도 없이 생활하는 이 교수는 말 그대로 사막 교부와 비슷한 환경에서 그들의 영성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다고 말한다.

도시를 떠나 사막으로 들어간 수도자들이 기도와 묵상, 침묵과 노동, 절제와 겸비를 수행하면서 하나님의 형상을 어렴풋하게 느끼며 회복하고 어느 순간 그리스도의 완전을 체득하는 경지에 이르는 감격을 스무고개 형식을 빌려 전하고 있다.

재물 명예 권력과 나 자신에서 떠나, 집과 가족과 교회를 사막과 움막으로 여긴다. 먹고 입는 것을 소박하게, 골방에서 쉬지 말고 기도하며, 내 안에 솟구치는 욕망과 유혹을 이겨낸다. 회개하는 심령으로 살아가며 부리기보다는 부림을 당하고, 오래 참고 모든 것을 견디는 사랑으로 낮은 자리에서 무릎을 꿇는다. 마음과 뜻과 힘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돌보며, 마지막 날에 나를 사용하신 주님께 영광만 남겨지길 기도하는 삶으로 이끄는 여정이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