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말 인사 권한 예견된 충돌… 청와대 “월권” 尹측 “협의”

입력 2022-03-17 04:05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무산된 이후 양측은 “실무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회동 일정을 다시 잡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청와대(가운데 맨 위)와 윤 당선인의 집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아래 파란 창이 있는 건물)의 모습. 권현구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6일 오찬 회동이 만남 4시간 전에 불발된 데 대해 예견됐던 충돌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권을 둘러싸고 신(新)권력과 구(舊)권력 사이의 충돌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5일 밤까지 회동 의제를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회동 무산의 결정적인 원인은 한은 총재를 비롯한 주요 공기업·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갈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 측은 문 대통령의 임기가 5월 9일 끝나는 만큼 정권 이양 시점의 인사에 대해선 자신들과 협의해 줄 것을 청와대에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청와대는 임기 마지막 날까지 인사권은 문 대통령에게 있다면서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윤 당선인 측은 이달 31일로 임기가 끝나는 이주열 한은 총재의 후임 인선 문제를 회동 의제에 올릴 것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총재의 임기는 4년이어서 차기 한은 총재는 윤 당선인과 임기를 대부분 함께하게 된다. 특히 한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코로나19 극복과 부동산 문제 해결, 가계부채 관리 등을 위해서는 차기 한은 총재 인선에 대해선 청와대와 인수위가 반드시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 윤 당선인 측의 주장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한은 총재 인선에 윤 당선인이 개입하는 데 대해 대통령의 법률상 권리인 인사권에 대한 ‘월권’이라고 판단해 불쾌감을 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권을 둘러싼 갈등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과 감사원 감사위원 등으로 확대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 불발 이전부터 인사 문제가 뇌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를 진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라며 청와대를 압박했다. 김 대변인은 이어 “이 같은 저희 입장이 현 정부(의 인사)와 같이 병행되기를 희망한다”며 “(현 정부와의) 상호 협의와 함께, 업무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 수 있도록 협조가 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다만 청와대는 다른 얘기를 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과 관련해 “인수위 측에서 공기업 인사 협의 요청이 있었는지 여부를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5월 9일까지이고, 임기 내 (문 대통령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차기 한은 총재 인선에 대해서도 “총재의 임기가 문 대통령 재임 중에 완료되기 때문에 (후임 인선을 위한) 실무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 공약인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와 임기가 1년 넘게 남은 김오수 검찰총장에 대한 자진사퇴 압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갈등의 핵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이 회동의 성격을 다르게 인식했다는 분석도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은 축하와 덕담의 자리였다”면서 “그러나 MB 사면과 코로나19 추경 등의 의제가 커지면서 회동이 회담이 돼버렸다”고 말했다.

양측은 의제 조율 협상을 이어가면서 늦어도 다음 주 초까지 회동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회동이 다음 주로 밀리면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까지 걸린 기간이 역대 최장을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의 만남은 통상 대선 후 10일 이내에 이뤄졌다.

박세환 문동성 기자 foryou@kmib.co.kr